“잘하려고 하지 마”

2012.06.18 21:07 입력 2012.06.19 03:04 수정
김종휘 | ○○은대학연구소 2소장

저번에 ‘멘붕’(멘털 붕괴) 이야기(5월29일자 ‘멘털 붕괴 5월아’)를 했지요. 한 청년이 화답하듯 ‘멘털 복귀 콘서트’ 개최 소식을 알려와 바로 큰일 날 소리라 답신했죠. 그 멘털은 붕괴될 때가 지나 와르르 무너진 거고, 너무 오래 꾸역꾸역 버티다 산산이 부서진 거라고요. 그렇게 붕괴된 멘털을 복구하며 과거로 회귀하는 기득권자들이 여태 작당 중이라 포기시켜야 할 차제에, ‘원점에 다시 서자’는 소박한 취지로라도 ‘복귀’라는 말에 신중하자고요. ‘멘붕’은 심신의 원점을 차원 이동하는 새로운 길찾기의 결정적 계기일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면서 복구, 복원, 복귀는 죄 하지 말자 했어요.

사고 치고 은퇴 선언한 뒤 잠적하거나 오지에서 선행하다가 쓰~윽 복귀하는 거 연예계에만 있지 않지요. 이런 꼼수 떨치려면 멘붕 왔을 때 자신을 그냥 놔둬야 좋아요. 그럼 물 흐르듯 ‘멘창’(멘털 창조)로 이동할지 모르니까요.

[별별시선]“잘하려고 하지 마”

멘붕에서 멘창으로 넘어가게 돕는 주문이 각자 있다면 교류하자고 제 것을 먼저 보냈지요. 이 주문 첫마디는 부산 동료에게 선물처럼 얻어들은 건데 효능이 있더라고요. 이 첫마디를 발음하는 순간, 내가 그동안 잘하려고 애쓰느라 번번이 속 끓이고 졸이다가 나를 태워먹고는 아닌 척 굴었는지 아프게 그리고 시원하게 명치가 콕콕 찔렸답니다.

“잘하려고 하지 마.” 주문은 이렇게 시작하죠. “잘하려고 하니까 점점 더 실패하는 게 무서워지잖아. 실패를 안 하려고 하니 자꾸 실수만 줄이고 감추려 하지. 실수 줄이고 감추느라 실수를 의식할수록 내가 하지 말아야 할 실수가 왜 이리 많아지고 커지는지 몰라. 정말 잘하려고 노력했는데 지금껏 난 해놓은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 잘하려고 했지만 내가 부족한 건가? 다들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왜 안되는 걸까?”

주문은 다시 첫마디로 돌아가요. “잘하려고 하지 마. 결국엔 다 실패하는 거야. 그냥 해. 실패하려고 하는 거야. 그냥 하고 실패해. 그럼 되기 시작해.”

뭐가 되냐고요? 잘하려고 하지 않으면 비로소 내가 잘되는 게 뭔지 보여요. 불안해하면서 잘하려고 할수록 내가 내 따귀 때리고 입꼬리 올리면서 날 괴롭힌 거죠. 그러느라 보지 못하던 날 보게 되는 입구가 멘붕이에요. “이렇게 사는 건 불가능하구나” 하고 “누구도 그렇게 살 수 없구나” 하는 걸 실감하며 다른 출구로 이어진 터널에 입장했다는 신호가 멘붕이에요.

하여 혼자 잘해서 인정받으려 말고 곁에 있는 너에게 눈길 돌리고 허허실실 이거저거 같이 하다 실패라는 걸 겪으면서 그냥 서로 만나는 걸 일삼는 거지요. 이때부터 됩니다. 내가 쓸모 있고 사랑받고 행복해지는 거.

요즘 청년들 보니 생애 첫 20년 이상 일방향으로 달려온 인생궤도를 어떻게든 각도 틀려는 사례가 느는 것 같더군요. 경제적 손익계산 없이 모임을 찾아다니고 모르는 이들과 어울리는 친목과 사교 차원의 사회적 동아리 활동이 번성하는 게 그래요.

지난 16일 토요일 광화문광장에서는 ‘딴따라댄스홀’의 홍대앞, 대학로, 강남반에서 각기 스윙댄스를 배운 청년 수백여명이 모여 대낮 뙤약볕 아래에서 춤판을 벌였잖아요. 로버트 D 버트넘 교수가 나홀로 볼링을 하는 미국인의 증가를 사회공동체 해체와 사회적 자본 축소로 개탄한 것과 반대 방향의 풍경이지요.

같은 맥락에서 한 걸음 더 내디뎌 여럿이 협동조합을 공부하고, 마을 만들기와 사회적기업을 준비하고, 커뮤니티 축제나 장터를 기획하고, 집회·시위에 참여하면서 왕래 없던 청년들끼리 만나고 모이는 사회적 연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네요.

사례로는 지난해 ‘청춘회춘 프로젝트’에 이어 올해 더 확장된 ‘청년문화수도 프로젝트’의 8월 개최를 앞두고 도시 간 청년 교류를 모색하는 부산의 청년그룹 네트워크가 대표적이죠. 부산의 클럽, 동네잡지, 1인 출판사, 예술단체, 사회적기업 등에 속한 다양한 청년들이 따로 있으면서도 더 큰 사회적 공동체로 연결되는 유연한 과정이 인상적이에요.

이렇듯 새로 등장한 사회적 흐름에 한 발 담그고도 실은 홀로 멘붕 몸살을 앓느라 안간힘 쓰는 청년들에게 꼭 나누고픈 한마디는 댄스든 창업이든 축제든 뭘 하든 “잘하려고 하지 마”예요. “하면 된다”는 토건시대의 멘털이 최종 붕괴한 다음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대안적 삶을 탐색하면서도 자칫 ‘일단 잘하려고 애쓰기’의 덫에 발목부터 잡힐 수 있으니까요.

아무쪼록 잘하려고 하지 말아요. 그냥 하고 빨리 실패하세요. 그때부터 같이 잘되는 게 보이거든요. 그럼 뭘 해도 되기 시작합니다.

아셨죠. 멘털 붕괴의 반대말은 멘털 복귀 아닌 거예요. 멘털 창조예요. 이건 잘하려고 하지 말아야 되는 거예요. 그 청년은 재답신에서 콘서트 홍보 문안을 바꾸긴 늦었으니 당일 다 모이면 “멘털 창조 콘서트”로 정정하고 놀겠노라고 하더군요.

5월에 이어 6월에도 멘붕인 분들, 그냥 만나고 노세요. 곧 멘창 이동 일어날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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