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분쟁의 또 다른 뇌관 ‘물’

2013.06.30 21:55
이희수 | 한양대 교수·중동학

불타는 더위와 가뭄이 기승을 부리는 7월의 중동은 어느 때보다 물 문제가 심각하다. 석유나 이란 핵 문제보다 훨씬 민감한 생존의 뇌관이란 것을 알지만, 누구도 이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리지 못한다. 바로 전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1948년 1차 중동전쟁, 1967년 2차 중동전쟁 모두 이스라엘의 티베리아스 호수와 요르단 강 수자원의 생존적 확보가 주된 목표였다. 중동의 수자원은 크게 나일강 하류,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요르단강 등 세 지역에 집중 분포돼 있다. 대부분의 물줄기는 터키·레바논·시리아·이스라엘·이라크 등 주변의 갈등국가 사이를 흐르고 있다. 지금까지 군사적 파국을 막고 조마조마한 현상유지가 가능한 것은 나일강 수원을 이집트가,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을 터키가, 요르단강을 이스라엘이 압도적인 군사력을 통해 주도적으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동의 물 문제는 일종의 터부였다. 내가 만나본 사우디아라비아의 고위층 인사들은 의외로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에 반대 입장을 취했다. 위협적 경쟁국인 이란의 핵시설 파괴보다 더 중요한 사안으로는 전쟁으로 야기될 자국의 물 안보 문제를 들었다. 걸프해에서 담수화 시설로 만든 식수가 350㎞의 송수관을 통해 수도 리야드의 700만 시민들에게 공급되는데, 이란의 공격으로 담수시설이나 송수관이 일부라도 손상되면 바로 물 위기로 직결된다는 것이었다. 마실 물이 없는 상황은 석유 사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심각한 국가 위기를 불러와 왕정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국제칼럼]중동분쟁의 또 다른 뇌관 ‘물’

그러나 최근 상황이 급속히 바뀌고 있다. 22개의 대형 댐을 만들어 티그리스-유프라테스 수자원을 통제하고 있는 터키에 맞서 시리아와 이라크가 계속해서 물의 방류량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유프라테스강을 이용한 시리아 경작지가 줄어든다면, 이스라엘이 통제하고 있는 시리아의 골란고원 수자원에 대한 시리아의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변화는 현재 소강상태에 있는 골란고원 반환 문제가 심각한 이슈로 현실화되면서 중동평화 구도를 근원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

특히 재스민 혁명 이후 아랍의 자각과 역량이 강화됐고, 시리아 내전으로 2년 이상 국가 통제권이 마비된 상태에서 물 배분의 불균형 구조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와 인권단체들의 보고에 따르면 이스라엘 주요 도시의 공원에는 분수에 물이 넘쳐나지만, 팔레스타인에서는 물을 구할 수 없어 경작을 포기하는 지역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웨스트 뱅크나 가자 지구에서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관개수로마저 파괴됐고, 수로 복구와 건설에는 이스라엘 당국의 까다로운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중 고통을 당하고 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시리아 내전에서 터키가 시리아 반군을 적극 지원하는 것도 유프라테스강 수량의 조절 문제로 오랫동안 아사드 정권과 갈등을 빚어왔던 앙금이 깔려 있다. 이스라엘·시리아·요르단이 공유하는 갈릴리 호수의 물도 최근 심각한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다. 물이 줄어 마실 물이 부족하다면 전쟁은 피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것은 명분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중동평화의 안착에는 수자원의 균형적 공유와 평화적인 이용 문제가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 중의 하나다. 터키~시리아~요르단~이스라엘을 연결하는 중동 평화수로의 건설도 수자원의 안정적 공유를 위해 추진 중인 미래 구상이다. 동시에 물의 절대부족에 시달리는 중동 산유국들은 물의 항구적 확보에 국운을 걸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미 담수를 이용해 대규모 밀 경작에 들어갔고, 리비아도 대수로 프로젝트를 완공하고 사하라 사막에서 물을 끌어다가 옥토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석유와 플랜트 공사 등에 집중된 중동이 아니라, 수자원 관리와 식량산업의 협력적 파트너로 중동을 관리하는 일에도 관심을 돌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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