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새정치’김영란법을 만들어 보라

2014.10.09 21:31 입력 2014.10.09 21:41 수정

국회가 지난 1년 동안 헛바퀴를 굴려온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보다 세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실행에 옮긴 ‘서울시 공직자 혁신대책’ 말이다. 서울시 공무원은 단돈 1000원을 받아도 대가성은 물론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징계 대상이 된다. 100만원 이상의 금품과 향응을 받거나 적극 요구한 경우 무조건 해임 이상의 중징계를 받는다. 공무원 퇴직 후에는 직무 관련 업체에 취업하지 못한다. 금품 수수, 부정청탁, 관피아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김영란법’ 원안의 처벌 요건이 너무 강하다는 문제 제기를 허허롭게 할 정도로 강력한 혁신책이다.

[양권모칼럼]새정치연합, ‘새정치’김영란법을 만들어 보라

검찰의 세월호 수사 결과 발표만 봐도 ‘김영란법이 진즉 정착되었다면 세월호 참사 같은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무리한 구조 변경과 과적 등은 공직자나 유관 기관 및 업체와의 끈끈한 유착 고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월호 침몰 당시 해양경찰청 수뇌부는 구난업체 ‘언딘’을 밀어주려 금쪽같은 시간을 허송하며 구조 활동을 지연시켰다. 언딘 측으로부터 “명절 때마다 받은 자연산 송이와 홍게”가 그들을 눈멀게 했다. 김영란법은 이러한 유착의 고리를 끊고 이해충돌 방지를 통해 부패를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이다. 김영란법 원안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를 불문하고 스폰서 및 떡값, 값비싼 명절 선물까지도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만연한 부패와 비리 구조가 대가성이 없더라도 부탁하고 봐주는 끼리끼리 문화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겨냥하는 부패방지법이다.

한국 사회는 강력한 규율이 나와야 할 만큼 부정부패의 늪이 깊다. 2013년 국제투명성 기구가 조사한 부패지수에서 34개 회원국 중 27위를 기록했다. 10년째 계속 하향세다. 2013년 홍콩 정치경제리스크컨설턴시(PERC) 보고서에서 한국의 부패점수(부패 10점~청렴 0점)는 6.98점으로 아시아 최악이다. 싱가포르 0.74점, 일본·호주 각 2.35점, 홍콩 3.77점에 비해 부패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보고서는 한국은 부패 처벌의 강도가 낮은 것으로 아시아 국가 중 2위를 기록했다. 청렴 사회를 구축한 선진국들은 수십년 전부터 부패방지법을 만들어 공직자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하면 대가성을 불문하고 형사처벌을 하고 있다. 아직껏 부패방지법 하나 없으면서 한국 사회의 부패지수 개선을 기대할 수는 없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와 관피아의 적폐를 적나라히 드러낸 세월호 참사는 국회에서 잠자던 김영란법을 깨웠다. 김영란법을 원안대로 통과시켜 공직사회 개혁, 나아가 국가 혁신의 출발점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이 높아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대국민담화에서 김영란법 처리를 촉구하고, 여야가 앞다퉈 5월 국회에서 김영란법 원안 통과를 다짐한 것도 그 여망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일 터이다.

그것들이 일시적 모면의 제스처임을 확인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난 1년 동안 직무 관련성과 일부 이해충돌 항목을 문제 삼아 법안을 붙들고 있던 여야는 느닷없이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을 무리하게 늘리는 ‘꼼수’를 동원해 5월 국회 처리를 무산시켰다. “매일 청탁에 직면하고, 민원인의 접대를 받는 국회의원들이 스스로를 옥죄는 법을 만들려고 하겠느냐”는 우려대로다. 관피아와 예비 관피아의 저항 못잖게 국회의원들의 ‘밥그릇 지키기’가 김영란법 제정을 막고 있는 셈이다.

여야가 세월호특별법에 합의하면서 세월호 후속 입법으로 10월 말 함께 처리키로 한 목록에서 김영란법이 빠졌다. 김영란법을 되살리고 싶지 않은 담합의 결과다. 업무 관련성이 없는 금품 수수는 허용하는 등의 ‘짝퉁’ 김영란법을 지탱해온 새누리당이야 본디 속셈의 발로라 치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동조는 대체 무엇인가. 알량한 기득권 수호의 일환인가. 하나의 법이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지만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통과되어 시행되면 그 효과는 막대할 것이다. 부정한 청탁과 담합, 비리와 부패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관피아 적폐, 전관예우 문화도 객토가 가능해진다. ‘오세훈법’이 대한민국의 선거를 바꾸었다면 김영란법은 대한민국의 삶을 바꿀 수 있다. 야당인 새정치연합이 주도해 김영란법 원안을 성사시켜 보라. 새누리당의 해태는 장애가 안된다. 김영란법만큼 국민적 지지를 받는 법안도 없다.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의 삶을 바꾼 김영란법 제정, 새정치연합의 대안 능력을 두고두고 증언하는 징표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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