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예능’…노스탤지어의 일상화

2016.05.01 20:57 입력 2016.05.01 21:11 수정
이로사 | TV칼럼니스트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2’ 편, 젝스키스의 게릴라 콘서트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무한도전>이 ‘토토가1’로 1990년대 가요 열풍을 일으킨 것이 지난해 1월이다.

[지금 TV에선]‘음악 예능’…노스탤지어의 일상화

이들이 불과 1년 남짓 지난 시점에서 다시 ‘토토가2’를 제작한 것은 문화 전반의 복고 흐름이 여전한 강세라는 확신에서 비롯했을 것이다. 확신은 젝키의 ‘커플’ ‘폼생폼사’ 등의 음원 차트 진입과 대중의 열띤 호응으로 증명되고 있다.

젝키가 ‘토토가2’의 주인공으로 선택된 것은 꽤 합리적인 수순이다. ‘7080’은 이미 유효를 다했고, 2010년대 초 시작된 1990년대 복고의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지금, ‘토토가1’로 재미를 본 터보·조성모·쿨 등을 제외하면 남은 것은 젝키·HOT 등 아이돌 1세대들이다.

젝키가 해체한 것이 2000년. 아이돌 양성 기획사들이 막 태동하던 이때가 1990년대 음악 시장의 장르적 다양성과 음악가 개인의 고유한 개성이 무너지기 시작한 분수령이다. 이후 2000년대 중후반 3대 기획사 시대를 맞아 아이돌 양성 시스템이 모든 것을 압도했다. 젝키 이후의 가수들은 시기로 보나 그 양상으로 보나 복고의 영역으로 소환하기엔 애매하다. 말하자면 ‘젝키’가 복고의 마지노선인 셈이다.

그렇다면 젝키의 소환을 끝으로 대중음악에 있어 복고의 흐름은 종지부를 찍을 것인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애초 1990년대 복고 유행의 문을 연 <응답하라 1997>(2012)이 젝키와 HOT 팬덤의 이야기로 시작된 것을 떠올려보면, 이미 유효가 다했어야 할 시점인 지금 그들이 다시 소환되어 호응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현재의 ‘복고’는 자신의 일정한 발전 주기를 거쳐 사망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끝없이 돌고 도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의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 역시 대체로 이 흐름 안에 있다. 영화 <써니> <건축학개론>과 함께 복고의 깃발을 올린 <나는 가수다>(2011)는, <히든싱어> <불후의 명곡>을 거쳐 <복면가왕> <신의 목소리> <판타스틱 듀오> <슈가맨을 찾아서> 등으로 모습을 바꾸며 방송가를 떠돌고 있다. 복고의 흐름이 경연의 형식과 만나 하나의 콘텐츠로 보편화하는 모습이다.

이 프로그램들을 보고 있으면 (아이돌 애호와는 별개로) ‘아, 가수란 참 멋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정작 음악 예능 외의 진짜 ‘음악 프로그램’에선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경연, 소환, 오마주 말고 이들의 ‘현재’를 반영할 음악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복고 현상이 음원 시장에 반영되는 양상도 지루하다. 과거 노래의 차트 역주행, 그리고 <응팔> OST와 <슈가맨>의 역주행송으로 대표되는 ‘과거와 2016년의 콜라보레이션’에는 복고에서 혁신으로 나아가는 새로움은 없고, 그나마 즉각적으로 소비된 뒤 사라진다.

노스탤지어가 이렇게 장기화·전면화하는 것은 새롭고 고유한 것이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 현재를 반영한 것이다. 시스템이 개인을 장악해버렸다는 사실. 아무리 질 좋은 음악이 나와도 대량생산된 시스템은 어딘가 치명적인 결함이 있기 마련이라는 것. 이것을 예감한 사람들은 꽤 오래전부터 이미 판을 끝낸 바둑기사처럼 계속해서 이전 판을 곱씹는 중이다. 원본이 아닌 복사본, ‘버전2’의 세상을 사는 기분으로. 확실한 건 이것이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이다.

노스탤지어는 일상의 영역으로 넘어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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