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 1998··· 그리고 2017년, ‘공황’이 올 것인가

2016.10.31 20:51 입력 2016.11.01 11:34 수정
우석훈 | 타이거 픽쳐스 자문·경제학 박사

경제학자들 사이에 ‘팔공년 공황’이라고 부르는 사건이 있다. 1980년의 일이다. 사회적으로 주요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 경제적 효과는 그 다음 해에 발생한다. 이런 일은 종종 있다. IMF 외환위기는 1997년 11월에 벌어지지만 주요 경제지표들이 변동을 보이는 것은 1998년의 일이다. 정치적으로는 1997년 사건이지만, 경제적으로는 1998년에 사건이 벌어진다. 국제적으로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1973년 중동전쟁과 함께 1차 석유파동이 시작된다. 그렇지만 실제로 선진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은 1974년부터이다. 사건이 발생한 순간과 그것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데에 6개월에서 1년 정도 차이가 있다. 금융은 바로 움직이지만 생산, 고용, 수익률 이런 실물지표는 천천히 움직이다.

[세상읽기]1980, 1998··· 그리고 2017년, ‘공황’이 올 것인가

1980년에 경제성장률은 1.7%이다. 외환위기 이전에 유일하게 한국 경제가 위기를 맞았던 시기이다. 본격적으로 경제 발전을 시작한 이후로 한국은 늘 노동력이 부족한 국가였다. 급격한 산업화와 함께 공단에서 워낙 많은 노동력이 필요해서, 해체된 농촌에서 쏟아져 나오는 모든 인력을 다 소화하고도 부족했다. 구로공단으로 지방 청년들이 물밀 듯이 들어왔고, 그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부도심이 영등포다. 이런 한국 경제에 ‘실업’이라는 개념을 선보였던 것이 1980년 공황 국면이다.

1980년 공황 해석은 여전히 어렵다. 1차, 2차에 걸친 석유파동이 선진국과 약간 거리를 가지고 있던 한국 경제에 뒤늦게 영향을 주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대체적인 표준 해석이다. 극단적인 해석도 두 가지가 있다. 1979년의 대통령 시해가 경제에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 방식이다. 그야말로 ‘임과 함께 경제도’, 이런 구국의 영도자 버전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유신이 끝나자 경제도 망했다, 이런 보수주의적 해석이 그것이다. 또 다른 버전은 전두환 신군부의 등장으로 해석하는 방식이다. 정치적으로 포악무도한 정권이 등장하면서 경제를 말아먹은 게 1980년이다, 이런 의미이다. 그렇지만 1981년부터 경제지표는 아주 우수해진다. ‘경제적으로 무능한 정권’, 수치상으로는 입증이 어렵다.

2016년은 역사에서 정치적 격동기로 기록될 것이다. 탄핵을 하든, 하야를 하든, 아니면 그냥 식물정권으로 버티든, 정치적으로는 최순실 사건으로 격랑의 시대를 보냈다고 기록될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적으로는? 국내외 경제기구의 예상과 1980년의 경험을 종합해보면, 2017년 위기 즉 ‘17년 공황’이 도래할 가능성은 아마도 90% 이상일 것이다. 그래도 플러스 성장을 할 것이냐, 아니면 0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냐, 이것만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본다.

한국 권력의 상층부에서 권력놀음을 하든, 무당굿을 하든, 경제적으로 큰 의미는 없다. 그러나 마이너스 성장과 치솟는 실업률 그리고 이에 따른 연쇄 도산과 환율 위기, 이런 건 진짜로 의미가 크다. 대부분의 국민들 눈에서 피눈물이 날 것이다. 지금 최순실 사건이 왜 사람들 가슴을 후벼 파는가? 살기가 너무 힘들고, 일자리가 없어서 그렇다. 그렇다면 이게 진짜로 심각해질 내년에는?

한국의 보수는 외환위기까지 벌써 두 차례, 경제적으로 나라를 말아먹은 적 있다. ‘17년 공황’까지 만들면 안된다. 중립내각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제 거버넌스’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다. 최고위 경제관료가 기업들 ‘삥’이나 뜯고 다녔다는데, 경제는 무슨 경제냐. 맹자가 ‘항산이라야 항심’이라고 했다. 불황을 만들면 사람들 마음이 떠난다는 얘기다. 어영부영 국민들 눈치만 보면서 한두 달 버티면, 2017년은 전대미문의 공황 국면으로 들어간다. 그걸 책임질 수 있는가? 외환위기 때에도 책임진 고위 관료는 아무도 없었다. 다 빠져나갔다. 그것만 믿고 수수방관할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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