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 광역권·생활권 육성부터

2018.04.11 20:51 입력 2018.04.11 20:56 수정

며칠 전 지역발전위원회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현판식을 가졌다. 9년 만에 ‘균형’이라는 이름을 되찾게 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1일 세종시에서 개최된 국가균형발전 비전 선포식에서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잡힌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언하고 강력한 지역균형발전 추진의지를 밝혔다.

지역균형발전은 대통령이 새롭게 발의한 헌법 개정안에도 헌법 전문과 조항에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는 국정이념이다.

[경제와 세상]균형발전, 광역권·생활권 육성부터

그런데 지역정책과 관련된 토론회나 사석에서 종종 왜 ‘균형’발전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시골 군에서도 군청 소재지가 중심지이고 나머지는 주변지역이듯이, 서울과 수도권은 국토의 중심지이고 나머지 지역은 주변지역일 수밖에 없다’ ‘KTX의 개통으로 전국 어디든 두세 시간 안에 접근이 가능하고 국토의 절반이 통근권에 해당되는데 굳이 균형발전이 필요한가?’ ‘오히려 수도권을 강원권, 충청권과 통합해서 베이징이나 도쿄 대도시권과 경쟁하도록 더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유사한 인식에서 나왔다.

순수하게 개인이나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어디에 거주하거나 입지하는 것은 자유로운 선택에 달린 문제이지 국가가 나서서 규제하거나 관리할 대상도 아니다. 어떤 학자는 모든 사람이 수도권에 다 몰려살게 된들 그것이 무슨 문제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과연 그럴까? 모든 인간은 인종과 민족, 사회경제적 지위로 인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기에, 특정지역에서 태어나고 성장했기 때문에 각종 권리와 기회에 대한 접근성에서 심한 차이가 나고 있는 현실은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해 특별한 보호를 해야 하는 것처럼 낙후된 지역과 그 지역 거주민에 대해서는 특별한 지원과 배려가 필요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특히 수도권 집중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인 가치인 지역균형발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은 왜일까? 지금도 전국에서 수많은 사업들이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제안되고 승인되며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한다는 지역의 규모는 읍·면·동부터 시·군·구, 시·도, 광역권, 동서남해안과 같은 초광역권까지 너무 다양하다. 그러니 누구나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하지만, 지역균형발전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이고 지역균형발전의 합의된 모습은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지역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을 4대 복합·혁신과제로 선정했을 뿐만 아니라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과 획기적인 지역균형발전 추진을 여러 차례 약속했다. 그런데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어떤 공간적 단위에서 우선적으로 추진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모든 지역이 균등하게 발전할 수 없듯이, 모든 지역에 중앙정부의 권한을 나누어줄 수는 없다. 각 시·군·구와 시·도에 중앙정부가 가진 권한과 재정을 내려주면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이 이루어질 것인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아무리 많은 자치권을 부여하더라도 개별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는 전국 인구의 약 절반과 각종 자산의 3분의 2 이상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에 대비하여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고급인재일수록, 좋은 일자리일수록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고 지역에는 좋은 인적 자원과 자산이 고갈되어 좋은 일자리가 생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수도권 일극을 더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은 지역균형발전과 분권자치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국토의 지속가능성과 포용성을 확보할 수도 없다. 결국 지방자치단체가 협력체계를 구축해서 인재와 자금, 일자리가 선순환할 수 있도록 광역권과 생활권을 육성하는 것이 해답이다. 다행히 충청권, 호남권, 대구·경북권, 부·울·경권은 인구 500만명 규모의 광역권을 형성하고 있고 역사문화적으로 강한 일체감도 갖고 있다. 중소도시에서도 강한 소속감이나 교육, 산업, 교통 등에서 강한 연계성을 갖는 생활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많은 특별지방행정기관도 광역권이나 생활권 단위로 배치되어 운용되고 있다.

자치분권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현재 시점이 광역권과 생활권 차원의 행정통합이나 협력을 실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이명박 정부의 광역경제권이나 박근혜 정부의 지역행복생활권이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구상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주체들이 스스로 협력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권한을 이양하고 충분한 유인장치도 마련한다면 결과는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은 함께해야 한다. 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공간단위에 대해 신속히 합의를 도출해야 실행력을 갖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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