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할 수 있는 ‘우리 안의 북한 바꾸기’

2019.03.07 20:34 입력 2019.03.07 20:38 수정

하노이 북·미 회담이 결렬되자 한쪽에선 탄식이, 다른 쪽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습니다. 정상회담은 보통 형식에 불과할 뿐이어서 충격이 컸죠. 설명과 전망도 다양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에 합의서에 있지도 않던 무리한 요구를 했다. 아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경제제재 완전 해제를 요구했다. 일본 훼방 탓이다.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때문이다. 뮬러 특검 수사 등 미국 정치가 문제였다. 대화 국면은 이어갈 것이다. 회담 재개에 오랜 시간이 걸릴 거다. 미국의 위상이 타격을 받았다. 심지어 이 결렬로 김정은 위원장 건강이 안 좋다는 말까지 나왔죠.

[세상읽기]우리만 할 수 있는 ‘우리 안의 북한 바꾸기’

이 말이 맞는지, 저 말이 맞는지 헷갈립니다. 사실 확인할 길은 없죠. 이런 외교 사건은 전모가 드러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증언, 문서 등이 나오고, 양측 자료를 비교, 확인하려면 수십년이 걸리죠. 그러니 이 수많은 설명은 추측에 불과합니다. 어떤 추측은 근거나 논리가 좀 낫지만 그래도 추측일 뿐입니다. 확인할 수 없으니 아무 말을 해도 되는, 그래서 수많은 말들이 나오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확인할 수 있는 게 하나 있었습니다. 북·미 회담에 미치는 한국의 미미한 영향력이었죠. 협상 결렬을 예상치도 못했고 손쓸 겨를도 없었습니다. 바로 우리 문제인데도 말입니다. 문재인 정부 공을 깎아내리자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을 이끌고, 미국을 밀며 여기까지 오는 데 작지 않은 기여를 했습니다. 결렬 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재자의 역할을 주문했고 국제 제재 한도 내에서 가능한 남북 교류를 추진할 듯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국제정세의 보조적 역할에 불과하죠. 거기에 현 정부 정책의 한계가 있습니다. 사실 대한민국 탄생부터 우리는 국제정세의, 특히 미국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 한계까지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까요.

한반도 현실을 부정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그 굴레 안에서, 우물 안에서 쉽게 만족해서도 안될 겁니다. 우리만 할 수 있는, 해야 할 일들을 서둘러야죠. 그중 하나는 우리 안의 북한을 다시 그리는 겁니다. 우리 안의 북한이 빨갱이 괴물로 남아 있다면 한반도 평화는 불가능합니다. 북한 핵무기가 없어져도, 북·미가 평화협정을 맺어도 모자랍니다. 우리 안의 북한이 같이 살 이웃으로 바뀌고 나서야만 가능합니다. 북핵 위기 국면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과업이 우리 손에 있는 셈이죠.

북한을 있는 그대로, 그들의 시선으로 보는 것은 그 시작입니다. 금강산관광으로는 모자라죠. 남한 대중이 북한 대중매체를 보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노동신문,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면 어떨까요. 남북한 교류도 사회 전반으로 확대해야겠죠. 특별 공연이 아닌 일상적 교류로 전환돼야 합니다. 남북 군대가 동해에서 합동 훈련을 하는 것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북한으로 봉사활동을 가는 것도 좋겠죠. 북한 학생이 유학을 온다면 어떨까요. 남북 교류가 일상적으로 이뤄질 때 공포는 이해로 바뀔 겁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변화를 준비해야 합니다. 우선 국가보안법을 하루빨리 폐지해야겠죠. 달라지는 현실에 맞지도 않고 평화스러운 미래의 장애물이기도 합니다. 당장 북한 매체를 보고 유통하고 싶어도 보안법 7조는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죠. 보안법 때문에 이런 면에서 북한이 낫다고 말하기도 겁납니다. 그러니 국가보안법 폐지는 각종 정치공작의 근거를 없앨 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평가, 남북 간 다양한 교류의 물꼬를 틀 것이 분명합니다. 주한미군에 대한 논의도 해야겠죠. 주한미군은 북한에 대한 공포가 현실화한 괴물이니까요. 분담금 요구도 거세지는 마당에 주한미군의 축소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줄이면 얼마나, 철수는 언제나 등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야 합니다.

우리 안의 북한이 바뀌면 이를 지켜보는 북한의 실체도 변할 겁니다. 그러면 우리 사회도 달라지겠죠. 그러고 나서야 남북은 진정한 평화 공존의 첫발을 뗄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발걸음은, 어깨동무한 그 발걸음은 누구도 막지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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