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

2019.05.27 20:52 입력 2019.05.27 20:54 수정

학교폭력(학폭)을 소재로 한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이 종영했다. 학폭은 이제 대중문화가 주목하는 사회문제다.

학폭법(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2004년에 제정됐지만 2012년에 제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2012년엔 개정됐을 뿐이지만 그 개정 폭이 그 어느 때보다 컸고, 법이 현실에서 강하게 작동하여 사람들이 법의 존재를 피부로 느끼게 됐다.

[학교의 안과 밖]학폭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

나는 2012년의 학폭법에 긍정적이다.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려 당시의 중·고등학교 생활지도를 생각해보자. 두발단속, 복장단속이 생활지도의 거의 모든 것이었다. 두발과 복장에 관한 한 학교규율은 정말 치밀하고 집요했다. 그다음이 흡연이었다. 학폭에는 얼마나 주의를 기울였나? 거의 무관심했다. 두발-복장-흡연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두발단속과 복장단속에 대한 병적인 집착, 학폭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 만약 이런 일이 오늘의 학교에서 일어난다면? 절대 용납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당시엔 많은 사람이 용납했다. 물론 지금은 달라졌다. 오늘의 학교는 학폭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다. 학생들도 그것을 느낀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2012년의 학폭법을 떠나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2012년의 학폭법은 여전히 유효한가? 그건 아니다. 상당한 개정이 필요하다. 사실 2012년 학폭법은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

첫째, 학폭의 범위를 너무 광범위하게 규정했다. 학폭법을 규정대로 받아들이면 학생 간의 거의 모든 갈등이 사실상 학폭이다. 친구 간의 사소한 싸움도 다 학폭이다. 이것은 일반 국민의 인식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일반 국민이 학폭이라 생각하는 것은 대체로 힘센 학생이 약한 학생을, 다수가 소수를 괴롭히는 행위다. 하지만 학폭법에 의하면 힘이 대등한 학생 간의 우발적인 다툼도 전부 학폭이다. 학폭법대로라면 학교는 이런 사안들도 전부 학폭으로 다루어야 한다. 교사가 직접 훈계하거나 학교규칙으로 다스리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까지 전부 그렇게 해야 한다.

어떤 개선책이 있을까? 학폭법에 규정된 학폭의 범위를 일반적 의미의 학폭으로 한정하는 방법이 있다.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학폭에 대한 권한을 학교에 더 많이 부여하는 방법이 있다.

둘째, 교육청(교육지원청) 차원에서 해야 좋을 것을 학교와 학부모에게 전가했다. 현행 학폭법은 학폭 심판기구인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일선 학교에 설치하고 그 위원 다수를 반드시 학부모로 구성하게 했다. 이로써 학폭에 대한 일선 학교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고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과도한 짐을 지게 됐다. 무엇보다 학폭위가 제대로 된 전문성과 권위를 갖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학교에 설치하도록 되어있는 학폭위를 교육지원청에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 그럼 학교는? 학폭법이 의무적으로 구성케 한 학교폭력전담기구가 여전히 학교에 존재한다. 학교는 기존의 전담기구 차원에서 하던 일을 잘하면 되고 기존의 학폭위가 담당했던 사안들은 교육청이 구성한 학폭위가 담당하면 된다. 그래야 학폭 심판기구로서의 학폭위가 자신의 위상에 걸맞은 전문성과 권위를 가질 수 있다.

지금대로라면 머지않아 학폭법의 부정적 측면이 긍정적 측면을 넘어설 수 있다. 다행히 문제를 개선하는 학폭법 개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본회의 통과 또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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