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케이블카 ‘불법과 거짓’

외설악의 정상, 권금성에 케이블카가 놓인 건 1971년 일이다. 유신 선포를 얼마 앞둔 박정희는 사위에게 권금성 케이블카를 허가한다. 설악산은 이미 1965년 천연기념물,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었다. 명백한 특혜였다. 이곳은 50년 가까이 한 일가가 매년 수십억원의 수익을 남기며 독점 운영하고 있다. 이후 케이블카 추가 설치 요구는 1982년, 2012년, 2013년, 2015년 끈질기게 이어졌고, 대상지는 내설악 보호구역 핵심지역을 향했다. 지금도 강원 양양군이 제출한 오색~끝청 구간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가 검토 중이다. 설악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50년의 논쟁, 이제는 마무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NGO 발언대]설악산 케이블카 ‘불법과 거짓’

사실을 다시 살펴보자. 작년 3월 환경부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는 2012년, 2013년 불허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2015년에 어떻게 통과되었는지 조사해 발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정책 건의와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의 대통령의 지시, 경제장관회의에서의 후속 조치에 따른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내용이다. 최순실과 연관된 경제인단체가 자연공원 내 케이블카, 산악승마와 열차, 정상부 리조트 등 산악관광 활성화를 건의한다(2014년 6월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방안’을 지시한다(2014년 8월2일).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산지관광 활성화,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을 중점 과제로 별도 관리하겠다고 발언한다(2014년 8월27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김종 제2차관실 산하 관광레저기획관실 주도로 ‘친환경케이블카 확충 TF’를 이끌고, 2차 회의 때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노선으로 오색~끝청 구간을 확정한다(2014년 11월7일). 평창 동계올림픽 이전 완공이 목표였다.

생태계 보전의 최일선에 서야 할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은 케이블카 사업을 직접 ‘컨설팅’한다. 환경부는 2015년 별도 비밀TF를 운영하고, 사업자 양양군과 현장 조사계획을 사전에 논의한다. 국립공원위원회 민간전문위원회 현장 조사 및 검토보고서를 양양군이 유리하도록 지원, 점검한다. 해당 사업이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도록 환경부가 불법과 거짓에 앞장선 것이다. 당시 양양군은 제113차 국립공원위원회에 극상림과 아고산대에 대한 잘못된 언급을 하고, 경제성을 부풀리고, 산양 개체 수는 단 1마리로 ‘산양 주 서식지’가 아닌 것으로 기재된 부실한 ‘자연환경영향검토서’를 제출했다.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정연만 전 환경부 차관은 미리 투표함까지 준비해 사업을 승인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양양군 삭도추진단 공무원 2명은 사문서 조작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감사원은 실시설계 용역계약 부당 체결과 3억원 넘는 예산 손실을 이유로 해당 공무원의 징계를 권고했다. 양양군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는 ‘유령 보고서’ ‘슈퍼맨 보고서’로 불렸는데, 조사자가 없거나 거짓으로 작성된 정황이 확인됐다. 최근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보도자료(2019년 7월19일)를 내고 ‘공사구간이 아닌 주변지역에서 식생을 조사한 것’ ‘식생조사와 매목조사 결과가 대부분 불일치’ ‘조사의 적정성에 문제가 있으며, 상류정류장 희귀식물의 이식계획도 적정하지 않다’고 밝혔다.

오는 8월, 설악산 케이블카 최종 검토와 발표를 앞두고 있다. ‘불법과 거짓’의 과거를 바로잡는 것은 설악산 케이블카 ‘부동의’와 ‘환경부 장관 고시 철회’ 결정으로부터 시작한다. 설악산에 대한 최소한의 배상이며, 기본적인 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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