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천 재판부는 틀렸다

2019.08.25 21:04 입력 2019.08.25 21:07 수정

지난 22일, 고 장자연씨 강제추행 혐의로 10년 만에 기소된 전 조선일보 기자 조희천에게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유는 ‘접대자리가 아니라 생일파티였고 참석자 중 권력이 더 많은 사람들이 있어 조희천이 주의를 기울였을 것이며, 강제추행이 있었다면 분위기가 험악해졌을 텐데 1시간 이상 이어졌고, 종업원들이 수시로 드나들던 공개적인 장소였으며, 파티 참석자 등 모두 강제추행이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어 윤지오의 진술만으로 형사처벌할 정도로 공소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의 판단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따져보자.

[NGO 발언대]조희천 재판부는 틀렸다

먼저 생일파티는 그 어떤 이유보다 평소 접대하고자 했던 사람을 불러 접대하기에 좋은 명분이다. 접대받는 사람에게도 부담이 없다. 이 때문에 생일파티는 접대자리가 아닌 것은 아니다.

둘째, 권력이 많은 사람이 있으면 눈치 보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눈치에는 ‘조신’한 것만 있지 않다. 회식에서 휴지를 휘감고 현란한 춤을 추는 건 상사가 아니다. 망가지면서 분위기 만들기는 힘없는 사람의 몫이다. 접대자리를 편히 즐길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법은 여성을 ‘인간’이 아니라 ‘물건’으로 만드는 것이다. 조희천은 여성의 인간성 삭제를 통해 권력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눈치’를 발휘한 건 아닐까?

사실 주목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조희천은 2009년 조사에서 강제추행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했다. 조사과정에서 그가 지목한 사람은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조희천의 거짓진술이 확인된 셈이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그가 거짓을 통해 무엇을 감추고자 했는지 주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속마음 예측이 아니라 조희천이 했던 진술들에 주목하고 진술 신빙성을 판단했어야 한다.

셋째, 강제추행이 있었다면 분위기가 험악해졌을까? 누가 할 수 있었을까? 지난 5월 발표된 검찰과거사위 결과에는 고 장자연씨 전속계약 내용이 있다. 기획사가 제시하는 모든 활동을 전적으로 수락해야 하고, 계약사항 위반 시 위약벌금 1억원과 기획사가 청구하는 모든 경비를 1주일 이내에 현금으로 배상해야 한다. 사건은 계약한 지 1년도 안된 때였고, 무수한 접대강요가 있었음을 고인은 유서로 밝혔다. 신분이 확실히 보장된 판사들도 불법을 알면서 사법농단을 하는 판국에 그녀 말대로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배우’가, 그것도 현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넷째, 공개적인 장소여서 아닐 것이라는 가정은 무지와 게으름의 정수다. 대표적 공공장소인 지하철 ‘성추행’ 경고방송이 시작된 것이 1998년이다. 재판부가 말한 종업원들이 수시로 드나들던 공개적인 장소는 바로 유흥업소의 룸이다.

다섯째, 참석자 등 관계자들과 윤지오의 위치성은 다르다. 윤지오는 장자연과 함께 ‘접대’의 도구였고 나머지 관계자들은 접대하거나 받는 사람들이다. 윤지오는 2009년부터 일관되게 강제추행에 대해 진술했다. 윤지오가 무고해서 얻을 이익은 불분명하지만 나머지가 조희천을 옹호해 얻는 이익은 너무 명확하다.

조희천 재판부는 틀렸다. 조희천에 대한 처벌과 함께 장자연사건의 남은 진실들도 밝혀져야 한다. 그게 정의다. 정의를 위해 여성들은 매주 금요일 광장에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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