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시라, 부동산 정의

2021.12.20 03:00 입력 2021.12.20 03:04 수정

그 어느 때보다 ‘부동산’ 얘기가 일상 깊숙이 들어왔다. 임대기한이 돌아오는 동료의 일은 모두의 큰 시름이 되었다. 제발 집주인으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기를 함께 간절히 빈다. 나도 집을 사야 하나 궁리하고 주변 시세를 탐색하고 이것저것 알아보다 절망한다. 누가 어떻게 집, 대출 때문에 곤욕을 치렀고, 어떤 이유로 전셋집에서 밀려나왔고 등 백인백색의 ‘부동산’ 얘기가 넘쳐난다. 자산도 부채도 소득도 높은 서울, 수도권의 삶은 아슬아슬하고 팍팍하고 절망적이다. 그래서 더 정책과 대선 후보들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분노하게 된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통계청이 12월16일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1년 3월 말 기준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253만원, 부채 8801만원으로 순자산은 4억1452만원. 2020년에 비해 14.2% 증가했다. 전체 가구의 30.3%는 순자산이 1억원 미만이고 9.4%의 가구는 10억원 이상을 가졌다. 5분위 가구의 평균 자산은 14억8529만원이고 순자산도 5분위(1억1737만원)는 1분위(2827만원)보다 4배쯤 늘었다. 가구소득이 3000만원 미만인 가구가 전체의 30.6%나 됐고 1분위 가구의 평균 소득은 1294만원이었다. 반면 5분위 가구소득은 1억4208만원으로 1분위 가구소득의 11배나 됐다.

부채는 전세가구의 평균 부채가 1억81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소득이 증가하거나 여유자금이 생기면 부동산에 투자할 의사가 있는 가구주는 전년 대비 57.6%나 증가했다. 1년 후 거주 지역 주택가격 상승을 전망하는 가구가 35.6%나 되었고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은 8.2%에 그쳤다.

이번 조사결과는 가구 단위 조사라 코로나19 재난지원금 가구 단위 지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처럼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주목할 점은 자산 격차, 불평등과 양극화는 심해졌고 개인들의 생존과 미래에 대한 불안과 안정을 향한 열망은 늘 용광로처럼 존재한다는 점이다. 부동산이 일상 깊숙이에서 언제든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

최근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한 것도 모자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기를 또 유예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현실적 필요와 요구에 맞게 정책은 언제든 수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이의 현실에 주목하고 누구의 관점에서 가치와 신념을 담을 것인가이다. 세 집 중 한 집이 최저임금 수준의 소득이고 200만원도 안 되는 최저임금 근로소득자도 세금을 낸다. 1~2년 사이에 몇억원의 양도차익을 얻고 전액도 아니고 오른 금액에 대해 일부를 세금으로 내는 게 왜 안타까운가? 땅은 유한한데 자원을 더 많이 소유·이용하면 더 책임지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정의에 반하는 정책은 국민에게 분노와 절망만을 줄 뿐이다. 정부와 여당, 대선 주자는 부동산 정의를 꼭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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