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가는 길, 차별금지법

2021.11.15 03:00 입력 2021.11.15 03:01 수정

세월호, 촛불혁명, 미투운동, 코로나 팬데믹. 많은 이들이 다시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하는 순간들이다. 이 순간들을 계기로 사회적 인식의 질적 전환, 시대정신이 달라졌다.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거나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 정치를 견제하는 민주적 장치 중 하나가 국민동의청원이다. 대의기관인 국회가 국민 뜻을 제대로 대의하지 못할 때 직접 구체적인 책무를 부여하는 제도가 국민동의청원이고 이는 국민의 헌법적 권리에 기초한다. 이 때문에 국민동의청원의 무게는 무겁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지난 6월, 10만명의 국민들은 헌법적 권리를 발동하여 국회에 직접 입법 책무를 부여했다. 모두의 평등은 시급한 생존의 문제이고, 그 누구도 혼자 남겨두지 않도록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국민동의청원을 했다. 국회가 헌법기관으로서 책무를 시급히 이행할 것을 청원방식으로 강제한 것이다. 그러나 국회는 2번의 연장기일 동안 논의조차 않더니 결국 21대 국회 끝까지로 심사기한을 연장했다. 국민과의 약속을 깨고 헌법 위에 국회가 군림한 꼴이다.

이런 상황을 만든 데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대표발의를 3개나 했음에도 논의조차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야당의 반대’ ‘협의를 안 해준다’는 핑계로 넘어갈 수 없다. 국민들이 다수 의석을 만들어 준 것은 다수당으로서 리더십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민주당은 핑계를 대면 댈수록 무능함이 드러나는 역설이 생김을 기억하라.

평등을 부정하는 사람을 ‘차별주의자’라 한다. 차별주의자는 헌법가치 실현을 위해 존재하는 헌법기관이 될 수 없다. 이 당연한 이치를 망각한 채 정책위원장이 토론조차 거부하며 차별과 혐오가 당론이라 당당하게 밝히고 있는 국민의힘은 공당으로서 자격이 없다.

대선은 후보 개인 역량뿐 아니라 집권능력이 중요하다. 기본은 단연 헌법적 가치의 실현 의지다. 더불어 실제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추진역량이 중요하다. 14년 동안 평등을 유예한 무능한 정치세력에 기대를 걸 만큼 국민들은 어리석지 않다. 지금 당장 능력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다행히 아직 늦지 않았다. 연말까지 시간이 있다. 대선 이후의 비전을 말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에 앞서 헌법적 가치 실현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를 ‘먼저,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증명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선택기회를 주려면 양당은 연내에 우선입법과제로 차별금지법을 추진하라.

이재명, 윤석열 후보, 거대 양당 지도부와 의원들에게는 오는 17일 개봉하는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을 추천한다. 자녀로부터 성소수자라고 커밍아웃을 받은 34년차 소방 공무원 ‘나비’와 27년차 항공 승무원 ‘비비안’의 현재진행형 성장 다큐멘터리이다. 대통령으로서 누구와 함께, 어디로 향해 가야 할지 답을 줄 것이니 꼭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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