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구조적 변화를 수용하라

2019.11.06 20:49 입력 2019.11.06 21:13 수정

매년 이 시기가 되면 기업들은 다음 해 사업계획을 수립한다. 사업계획은 국내외 경제연구소의 거시 경제 전망과 기업이 속한 산업 연구소의 전망, 그리고 기업의 여건과 경영 노하우, 경쟁 기업 동향 등을 종합해 사업 목표와 실행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요즘 기업들은 내년 사업계획과 실천계획을 짜는데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 전망은 예측 기관별로 시각 차가 크고, 산업별 전망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올해 경영 실적이 대부분 악화되었기 때문에 공세적 계획을 세우기 어려울 듯한데, 해당 산업의 기초 골격마저 완전히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직필]기업들은 구조적 변화를 수용하라

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워졌을까? 이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든 부분이 빠르고 거대한 전환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난민이나 이민을 제외할 경우 실질적으로 인구는 정체 상태다.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노동의 파괴, 온라인 소비로의 빠른 전환이나 소비 트렌드 변화는 과거의 인식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다. 또한 양극화 심화로 발생하는 무질서와 사회의 결합력 약화 등으로 각국 정부는 재정 능력 이상으로 복지 비용을 늘리고 있다.

경제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변수가 바뀌고 있기 때문에 내년 경제 전망도 올해와 같이 구조적 요인에 끌려 다니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물론 시간이 더 지나도 불안정한 경제환경은 해소되기 어렵다. 단순히 몇 가지 정책을 잘 세운다고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사회 시스템 전체를 고쳐야만 해결 가능한 난제로 봐야 한다.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우선 전제돼야 할 것은 구조적 변화를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구조적 전환이 경영환경의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인정한 후 사업계획을 세우자는 것이다. 작년 이맘때 미국의 컨설팅 기업인 PWC가 미국의 주요기업 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과도한 규제, 정책 불확실성, 무역갈등, 사이버 위험, 지정학적 불확실성, 보호무역주의, 포퓰리즘 등 경제 외적 요인을 가장 큰 위험(Risk)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에서도 경제 침체의 본질로 늘 지적하는 내용이다. 세계의 패권국가인 미국에서조차 구조적 요인이 기업 경영을 옥죄고 있다는 증거다. 경제적 문제는 핵심 기술력 확보, 빠른 기술 변화, 환율변동성 등으로 별로 언급된 것이 없다. 이마저도 구조적 요인과 연결되어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어수선한 환경에서 내년 사업계획 수립 시 참조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지적하고 싶다. 먼저 전체 선진국 경기가 빠르게 하향 중이다. 세계 경제 동향의 설명력이 높은 OECD경기선행지수는 현재 빠르게 하락 중이다. 이 지표는 6~9개월 후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회복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경기가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각국이 금리를 내리든지, 아니면 다양한 경기 부양책으로 경기의 하단을 떠받칠 것이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경제에 대한 정부 역할이 강해질 것이다. 물론 한국도 유사하다.

두번째 요인은 국제질서 변화가 올해와 같이 경제를 압박할 것이다. 미·중 패권전쟁은 내년 11월의 미국 대선과 무관하게 여전히 안갯속일 듯하다. 쉽게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양국 간 더 많은 영역에서 갈등이 예상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교역이 줄어들고 경기 회복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세번째로 주목할 것은 산업의 근본적 전환이 더욱 빨라진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이 모든 산업에 더 빠르게 침투할 것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사물인터넷(IoT), 크라우드,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무형이거나 혹은 소프트웨어에 가까운 산업이 경제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 입장에서는 불리한 조건이다. 또한 기업들은 생산성 증대를 위해 스마트 팩토리 등 자동화 투자를 더욱 확대할 것이다.

넷째, 이 결과 많은 기업이 도태하거나 부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조적 전환을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은 더욱 큰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까지는 유보된 자금과 낮은 금리로 버텨 왔지만 매출 축소와 산업의 근간이 변하면서 다수의 부적응 기업이 사회 문제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내수는 여전히 공급과잉 상태를 유지하면서 흥망성쇠가 교차할 것이다. 소비자 트렌드 변화 역시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혼돈한 내수시장은 여전히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다.

내년 경제는 구조적 변화가 유발한 5가지 핵심 변화 요인이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이 구조적 변화를 인정하는 동시에 기본 경영환경으로 받아들인 후 자신의 영역에 맞는 사업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 이 구조적 전환은 글로벌 공통 사항이기 때문이다. 늘 그랬지만 경쟁 국가나 경쟁 기업보다 한발 앞서 전환에 올라타고 대응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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