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생명권력, 탈시설

2020.12.05 03:00 입력 2020.12.05 03:02 수정

2020년도 12월로 접어들었다. 올 한 해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하여 미증유의 삶의 양상을, 그리고 크나큰 피해와 고통을 겪어야 했고 여전히 겪고 있다. 이러한 피해와 고통은 물론 전 세계적이고 전 국민적인 것이지만,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 결코 균등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소수자와 힘없고 가난한 이들일수록 더 많은 위험과 삶의 위기를 경험해야 했으며, 그런 이들 가운데 또한 장애인이 있었다. 최근 코로나19와 관련된 글을 한 편 쓸 일이 있어 이런저런 자료를 좀 찾아보게 되었는데,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김도현 <장애학의 도전> 저자

김도현 <장애학의 도전> 저자

영국 통계청의 코로나19 감염 사망자 통계에는 장애 유무에 따른 수치가 포함되어 있는데, 올해 3월부터 7월 중순까지의 사망자 4만6314명 중 장애인이 59.5%(중증 30.3%, 경증 29.2%), 비장애인이 40.5%를 차지하고 있었다. 장애인 집단의 사망률이 비장애인 집단에 비해 높은 정도가 아니라, 그냥 절대적인 숫자가 더 많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같은 통계를 찾기는 어려웠지만 짐작하건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난 국정감사 기간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10월5일 기준 코로나19로 인한 누적 사망자 422명 중 37.4%인 158명이 정신장애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로 인해 이처럼 많은 장애인이 사망한 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기저질환을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나 건강상의 취약함이 더 크다는 것도 한 요인일 것이다. 그러나 단지 그런 생물학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장애인이 시설 수용 정책의 중심 대상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장애인 거주시설에 3만명, 정신의료기관에 6만6500명, 정신요양시설에 9200명 등 장애인 10만여명이 격리 시설에서 살아가고 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자료에 따르면 각 국가 코로나19 사망자 중 정신질환·장애·노인 시설 수용자들이 42~57%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장기돌봄정책네트워크가 발표한 ‘케어홈 코로나19 관련 사망률’ 자료에서도 코로나19 사망자 중 집단 시설 거주자가 4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이런 자료들을 보며 미셸 푸코가 말한 생명권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푸코는 근대 이전의 군주가 지닌 고전적 주권이 “죽게 만들고 살게 내버려두는” 권력이었다면, 근대 국가가 인민에게 행사하는 생살여탈권은 반대로 “살게 만들고 죽게 내버려두는” 권력으로 그 성격이 변모해왔다고 말하면서 이를 생명권력이라 칭했다. 즉 생명권력은 기본적으로 생명(生)을 지키는(衛) ‘위생 권력’이지만, 인구 전체의 생명력 증진을 위해 누군가를 ‘죽게 내버려 두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장애인들은 시설에서 그렇게 죽게 내버려졌다.

코로나19 사태는 분명 통상적이지 않은 국면이지만, 그것이 드러낸 위험과 위기는 완전히 ‘새로운’(new) 것이 아니다. 우리의 ‘통상적인’(normal) 삶 속에 이미 내재해 있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섣불리 ‘뉴 노멀’을 이야기하기보다, 오히려 정상적이라고 간주되었던 우리 삶의 질서와 일상에 깃들어 있던 차별과 배제를 성찰하는 것에서 코로나19 이후 삶의 과제를 찾아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우선적 과제 중 하나가 탈시설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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