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행정, 소명의식이 중요

2020.12.07 03:00 입력 2020.12.07 03:03 수정

<마이너리티 리포트>. 예언자의 도움을 받아, 범죄의 시간과 장소는 물론이고 인물까지 예측해 범죄예정자를 검거한다는 내용의 영화다. 현실에선 어떨까. 인공지능이 예언자를 대신한다. 나라마다 예측시스템의 명칭은 다르지만, 범죄와 연관된 여러 빅데이터를 컴퓨터가 학습하고 패턴을 분석해 범죄 지역과 시간을 예측하는 방식은 어디든 비슷하다. 그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활용되기 이전엔 어땠을까.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 나오는 박두만 형사(송강호 역)가 발로 뛰며 정보를 수집하여 패턴을 읽는 ‘발 수사’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아버지쯤 될 것이다.

최정묵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간사

최정묵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간사

반면에 다른 점도 있는데, 바로 소명의식이다. 사건을 반드시 해결해 피해자 고통을 줄이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소명의식.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엔 소명의식이 없다. 예컨대 기초자치단체의 주택과 또는 치수과 공무원이 ‘내년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폭우로 주택이 침수돼 주민들 눈에서 피눈물 흘리는 모습을 더는 안 보겠다’라고 하는 소명의식. 아무리 좋은 데이터 분석 결과라 할지라도 소명의식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 결과는 대부분 캐비닛으로 들어가든지, 컴퓨터에서 잠을 자게 된다. 데이터 기반 행정에서 데이터가 2%이고, 소명의식이 98%인 이유다.

‘데이터 기반 행정 활성화 법’이 이달 10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행정을 통해 공공기관의 책임성, 대응성 및 신뢰성을 높이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법 시행 전까지만 해도 공공기관의 역할은 주로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는 일이었다. 이제는 공공기관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데이터 기반 행정 자체가 소명의식 없이 행정 혁신으로 직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조직 안에서 발휘되는 소명의식을 ‘조직시민행동’이라고 한다. 조직시민행동은 조직 구성원이 자발적 행동으로, 직무기술서에 열거된 핵심적인 과업 이상으로 기여하는 행동이며, 이타주의·성실성·스포츠맨십·예의·시민적 덕성을 하위개념으로 두고 있다. 경영학에서 1980년대 유행하다 최근에 연구가 다시 활발해졌는데, 이는 조직시민행동이 사회변화의 필요한 조건 중 하나라는 방증일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조직시민행동이 행위자의 헌신만을 강요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직시민행동은 직업만족도와 긍정적인 영향 관계에 있다. 이는 학문적으로 통계적으로 검증됐다. ‘어차피 5~6년 하다 그만둘 계획이었어’라고 생각하는 공무원이 아니라면, 조직시민행동은 필수 아이템이다.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법’과 ‘갈등관리 기본법’이 자동차의 운전대라면, ‘데이터 기반 행정 활성화 법’은 터보엔진이다. ‘공공기관 소명의식 3법’이 민주주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공공기관은 혁신도시에서 균형발전 숙제를, 지방정부는 현장과 협치를 중시하는 자치분권 숙제를 어느 정도 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데이터 기반 행정이 이러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 지원할 수 있다. 데이터 기반 행정은 소명 기반 행정이자, 공무원의 직업만족도를 높이는 행정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