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채와 신용등급

2021.04.08 03:00 입력 2021.04.08 03:05 수정

지난 6일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가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다수의 언론들은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다면서 나라살림에 비상이 걸렸다거나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 연구소 소장

정중호 하나금융경영 연구소 소장

먼저 사실관계부터 짚고 가자. GDP를 넘어섰다는 국가부채는 재무제표상 부채총액이다. 여기에는 공무원·군인 연금 지급 등에 대비한 연금충당부채가 절반 이상이다. 만일 나라살림을 걱정하는 거라면 그 규모가 아니라 연금수지 적자를 지적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걱정하는 국가부채, 즉 재정여력을 평가하고 관리 대상으로 삼는 소위 ‘나랏빚’은 중앙 및 지방정부가 갚아야 할 부채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44%였다. 전년 대비 6.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작년에 국회예산정책처(NABO)에서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현재의 제도와 경제환경이 유지될 경우 이 비율은 2025년에 60%, 2040년에는 10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부채 증가에 대한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하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중에서도 최근에는 국가신용등급 하락에 대한 우려가 추가되고 있다. 2~3년 후에는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할 거라거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라는 등 재정건전성 악화가 야기할 부정적 영향을 경고하고 있다. 국가신용등급은 정부의 채무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이자 정부를 비롯한 금융기관, 기업들의 해외조달비용을 결정하는 요소이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이기도 하다. 개인이나 기업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신용등급 관리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작년에 국가신용등급 및 전망 하향조정 사례가 107개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국 20개 국가 중에서 10개 국가가 여기에 포함되었는데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 3개 국가는 국가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었다. 미국과 일본, 호주 등 나머지 7개 국가는 국가신용등급 전망이 하향조정되었다. 반면에 한국은 역대 최고 수준의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정책 대응 덕분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다른 국가들보다 크게 적었고, 상대적으로 건전한 정부부채 비율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한 선진국 10개 국가들의 정부부채 비율이, 260%를 훌쩍 넘긴 일본을 제외하더라도, 적게는 110%에서 많게는 130% 수준임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규모 자체보다 증가속도가 빠른 게 문제라고 걱정하지만, 한국은 정부부채 비율이 전년 대비 6.3%포인트 상승한 반면, 이들 국가는 14~28%포인트 상승했다는 점에서 속도도 빠르다고 볼 수 없다.

또한 3대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 무디스, 피치는 다양한 정량·정성적인 기준을 이용해 국가신용등급을 평가한다. 여기에는 재정건전성 이외에도 정치적 안정성, 경제구조, 거시경제적 성과 등 다양한 지표들이 포함되어 있다. 예컨대 실질경제성장률 및 거시경제정책의 신뢰성과 같은 지표들이 들어 있다. 더 나아가 재정건전성도 단순히 정부부채 비율뿐 아니라 GDP나 정부수입 대비 이자 지급 비용과 같이 실질적인 부채상환능력을 판단하는 지표들도 평가에 활용된다. 미국의 래리 서머스 교수가 정부부채의 지속 가능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GDP 대비 실질국채이자비용 2% 미만을 제시한 것도 부채 규모보다는 실제 상환능력을 봐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중기적인 관점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부부채 관리 목표와 운영방안을 수립하고 준수하는 일은 정부의 중요한 책무이다. 하지만 확대재정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고용과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면, 재무건전성과 국가신용등급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터이다. 정부부채 관리 목표에만 매몰되기보다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재정투자 방안을 분명하게, 또 뚝심있게 추진하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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