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과 ‘내로남불’

불과 1년 전 총선에서 개헌선에 가까운 지지를 받은 여당의 보궐선거 몰락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연이은 ‘세금폭탄’과 ‘내로남불’이 결정타였다. 집값폭등과 불공정의 주범이 투기꾼이 아니라 정부와 공직자라고 확신하게 했다.

구재이 한국납세자권리연구소장 세무사

구재이 한국납세자권리연구소장 세무사

선거 후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로남불 수렁에서 빠져나오겠다’고 다짐했다. 민심을 좇아 정부와 여당이 뼈를 깎는 쇄신을 다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부동산 정국이 계속된다면 국민생활과 경제에 맞닿아 있는 세금폭탄과 내로남불은 대선까지도 되풀이될 수 있기에 그 실체와 진실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세금폭탄. 지난 3월 국토부는 전국 아파트 공시가격을 평균 19% 인상하는 조정안을 발표했다. 세금고지는 물론 과세기준일도 멀었지만 언론은 온 국민이 곧 세금폭탄을 맞게 될 것처럼 대서특필했다. ‘강남 은마 40년 거주 은퇴자 보유세 폭탄에 집 팔아야 할 판’ 기사는 공시가격 1억원이 올라도 종부세가 거의 변동 없는데도 거의 두 배로 오른다고 부풀려 1주택자와 은퇴자의 ‘분노’를 유도했다. 선거일 직전 서초구청장은 야당당사까지 찾아 ‘정부의 불공정 공시가격 정상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통해,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액보다 높은 곳이 3%에 달하고 같은 면적인데도 서로 다르거나 분양주택이 임대주택보다 낮은 사례가 다수 발견되었다고 주장했다.

사실은 달랐다. 공시가격 인상에도 전체의 90%에 달하는 6억원(시세 약 8억~9억원) 이하 1주택자는 재산세까지 줄어든다. 9억원 초과 1주택자 종부세도 80%까지 높아진 장기보유·고령자공제와 부부공동명의인 주택까지 1주택 혜택을 새로 받는다. 하반기 재산세·종부세 세금고지서를 받아든 국민 대부분은 ‘세금폭탄’이 아니라 ‘1주택 혜택’에 놀랄 수 있다.

세금폭탄을 주장하고 싶을 지자체장도 그렇다. 공시가격보다 낮은 실거래가액의 적정성을 소명받아 부정거래라면 세금과 처벌을 받게 하고 정당거래라면 이의신청을 밟도록 안내하는 것이 지금 마땅한 본분이다. 결국 다주택자에는 중과세하고 1주택자에게는 대폭 경감하게 된 진실은 외면하고 나온 세금도 아닌 부풀려진 예상세액으로 만든 보유세 폭탄론에 불과하다.

‘내로남불’은 어떤가. 작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기 전 전·월세가를 인상한 김상조 정책실장과 박주민 의원이 주인공이다. 박 의원의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며 임차인 주거안정을 강조했던 장본인인데, 전·월세상한인 5%를 넘겨 9%나 임대료를 올려 이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주장의 오류는 심각하다. 임차인의 주거권을 보호하기 위한 ‘임대료 5% 인상 제한룰’이나 법적 근거처럼 제시한 ‘전·월세환산율’은 계약갱신 시에만 적용되는 것일 뿐 새 임대차계약엔 해당될 수 없다. 임대료 인상의 적정성은 시세나 주택시장의 임대료 상승률과 비교할 일이니, 결국 내로남불의 전제인 ‘임대료 9.1% 인상’은 허위사실이 된다.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은 아닐까. 1년에도 수십만채의 갱신되거나 새로 맺는 임대차에서 다른 이들은 어떻게 했을지 살펴봐야 맞고, 자신이 평생 손해가 되는데 주임법을 앞장서 내놓으면서 자기이익을 위해 시행직전에 임대료를 올렸다는 가설도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황당한 것은 어렵사리 주임법을 개정할 때 시장원리에 어긋나고 사회주의 발상이라며 반대하고 자산가와 임대인의 이익을 대변하던 세력이 지금 서민과 무주택자 편인 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투기와 정책실패로 인한 집값폭등에 LH 투기 사태로 인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는 정당하고 집권세력은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진실을 호도하려고 ‘세금폭탄’과 ‘내로남불’ 프레임을 씌우고 경제·사회개혁엔 반대하고 특정계층만 대변해온 세력이 이익을 보는 우는 범해서는 안 된다. 진실 아닌 세금폭탄과 내로남불의 희생 제물은 결국 국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