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2021.07.19 20:36 입력 2021.07.19 21:04 수정

법무부가 19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담아 동물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해 7월 동물권 관련 단체 회원들이 개도살장에서 구조된 ‘설악’이와 함께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개 도살 금지 공개서한’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법무부가 19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담아 동물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해 7월 동물권 관련 단체 회원들이 개도살장에서 구조된 ‘설악’이와 함께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개 도살 금지 공개서한’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인간에게 인권(human rights)이 있다면 동물에게는 동물권(animal rights)이 있지 않을까. 인간이 개·고양이·소·말 등 동물의 보호를 법적으로 명시한 것은 19세기 초다. 학대 방지에 초점을 맞춘 조치였다.

동물에 대한 인식은 20세기 중후반 들어 다시 크게 확장된다. 단순히 보호를 넘어 동물의 권익, 동물권을 추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 동물권 운동의 한 단초가 된 것이 철학자 피터 싱어의 저서 <동물해방>(1975)이다. 그는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며 “인간 이외의 동물도 고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로서 보호받기 위한 도덕적 권리를 지닌다”고 말했다. 여성학자·생물학자인 도나 해러웨이는 한발 더 나아가 ‘반려종 선언’(2003)을 주창했다. 반려동물인 개·고양이가 인간의 반려종이듯 인간도 그들의 반려종이니, 서로 반려종으로서 상생하자는 것이다. 인간과 비인간, 남성과 여성 등 이분법적 구조나 경계 밖 타자를 배제·차별하는 경계짓기에 대한 비판이다.

동물권에의 관심은 각국의 동물복지 관련 법 마련으로 이어졌다. 한국도 1991년 동물보호법을 제정했고,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했다. 독일은 2002년 헌법에 동물권을 명시했다.

법무부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담은 민법 개정안을 19일 입법예고했다. ‘유체물’(물건)로 규정해온 동물을 사회적 인식 변화를 반영해 동물 자체, 생명으로서 법적 지위를 인정한 것이다. 향후 관련 법체계의 변화는 물론 동물학대의 처벌 수위, 피해의 보상 수준 등도 높아질 것이다. 동물을 ‘물건’으로 볼 때와 ‘생명’으로 볼 때는 다를 수밖에 없다.

국내 반려인구는 1500만명에 이른다. 반려문화와 더불어 동물권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선 유기동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동물의 법적 지위를 높인 이번 개정안은 인간에게 책임과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기도 하다. 반려동물을 넘어 모든 동물, 나아가 생명을 존중하라는 것으로 인식의 전환을 촉구한다.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비인간종’은 물론 인간을 둘러싼 자연생태계와의 공존을 위한 성찰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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