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독점의 개발공식, 이제 좀 바꿔보자

2021.11.29 03:00 입력 2021.11.30 13:30 수정

지난 6월 서울신문은 서울에서 일하는 소방관 중 단 15%만 근무지와 거주지가 일치한다는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비싼 집값 때문에 근무지를 벗어나 외곽에 사는 소방관들은 비상시 긴급 출동에 늦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필수 노동자들마저 바깥으로 밀려났다는 사실은 높아진 집값이 무너뜨리는 사회의 진짜 근간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듯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사실 이런 조사 결과는 새롭지 않다. 원인도 모두 알고 있다. 십수년 전 서울을 뒤흔든 뉴타운 재개발 광풍을 기억해보자. 재개발만 이뤄지면 모두 좋은 환경에서 살게 될 것 같았지만 재개발은 모두에게 ‘헌 집 주면 새집 받는’ 일이 아니었다. 2009년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자문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재개발 사업이 끝난 지역에서는 매매가 5억원 이하 주택 비율이 86%에서 30%로, 전세금 4000만원 미만 주택 비율이 83%에서 0%로 떨어졌다. 5억원 이상 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없거나 4000만원 이상 전세금을 마련할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이 개발로 쫓겨났다. 이런 일이 수없이 반복된 결과가 지금의 서울이다.

2009년 용산에서는 다섯 명의 철거민과 경찰 한 명이 사망했다. 용산참사라 불린 이 비극은 용산정비창 부지에 국제업무지구를 세우겠다는 개발 계획의 여파였다. 용산정비창 국제업무지구를 중심으로 한 한강 일대 개발계획은 투기세력을 부추기고 인근 집값을 폭등시켰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던 31조원짜리 개발계획은 휴지조각이 되었지만 용산에서 쫓겨난 사람들은 돌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지금, 돌아온 오세훈 서울시장은 다시 용산정비창 부지를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꺼내고 있다. 용산 부동산이 들썩인다며 투자 호재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용산 전자상가는 임대차 계약을 포기한 임대인들 때문에 텅텅 비어가는 중이다. 정부는 여기에 1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 역시 공공부지인 이곳을 80% 이상 민간 소유로 귀결시킨다. 가뜩이나 부족한 공공의 토지를 민간에 넘겨준다는 점에서 두 계획은 사실 다르지 않다.

덜 가진 사람을 쫓아낸 자리에서 막대한 개발이익을 소수가 독점하는 일은 대장동뿐 아니라 모든 개발지역에서 반복된 개발의 공식이었다. 수십년 반복된 공식을 이제 좀 바꿔보자. 지난 24일 ‘용산정비창 개발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우리의 목표는 용산의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을 모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소수의 독점과 투기 광풍을 피하고 부족한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100% 공공임대주택 부지로 용산정비창을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빼앗지도, 뺏기지도 않고 살 수 있는 집이 우리에게는 정말이지 필요하다.

[NGO 발언대]소수독점의 개발공식, 이제 좀 바꿔보자

<'이상한 나라의 대장동' 인터랙티브> https://news.khan.co.kr/kh_storytelling/2021/daejang/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