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미국 검찰에 비추어 보면

2022.04.25 03:00 입력 2022.04.25 03:05 수정

미국 검찰은 당연히 수사개시권, 보완수사권, 수사지휘권을 가지고 있다. 올해 초부터 당장 유색인종 및 여성 검사장들을 중심으로 과거 경찰의 총기남용에 의한 사망사건들을 직접 재수사하겠다는 움직임이 미국에서 시작되고 있다. 경찰이 자신의 동료들을 수사하지 않을 테니 검찰이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수사개시권을 자주 행사하지는 않는다. 보완수사권도 경찰수사가 너무 미진하면 직접 행사를 할 수 있지만 거의 행사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오픈넷 이사

박경신 고려대 교수·오픈넷 이사

수사지휘권은 <로앤오더> 같은 미드를 본 사람들이라면 쉽게 접할 수 있다. 힘들게 잡아온 피의자를 석방하라거나 어렵게 찾은 증거를 무효라며 악인들을 잡아넣기 위해 안달난 경찰을 통제한다. 하지만 이 수사지휘권도 상명하달식이 아니라 동등한 위치에서 이루어진다. 검찰이 게이트키핑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은 기소의견을 가진 사건에 대해 검찰의 보완수사요구를 이행할 뿐이다. 즉 수사지휘권은 경찰의 자발에 의해 실현되니 강제성이 없다. 특히 미국 경찰은 기소를 원치 않으면 송치를 안 하면 그만이지 타 기관의 검토 및 지휘를 받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 수사지휘권을 박탈해도 될까? 수사를 거부하거나 지연하지 않도록 다른 기관의 견제나 보완이 필요하진 않을까?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에 6대 범죄 외의 사건들에 수사지연 및 과소수사의 문제가 만연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고소고발이 우선 이루어지면 반드시 무혐의처분이든 기소든 반드시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관행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다. 경찰은 공공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사건의 경중을 따져 수사할 수 있는 재량이 주어져야 할 필요도 있다. 실제로 덕분에 재산 및 육체적 피해를 동반하지 않는 사건들 즉 명예훼손죄, 모욕죄 입건수가 대폭 줄어 표현의 자유가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는 면이 있다.

물론 신속수사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데 미루어지는 사건들도 있다. 이 사건들은 경찰인력 확충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이미 막강한 병력을 과시하는 경찰의 확충은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렇다고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갖게 되면 검찰에 대한 견제, 예를 들어 ‘검수완박’ 지지자들이 그토록 원하는 ‘검사에 대한 수사’를 경찰이 할 수 없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 경찰이 수사에 미온적일 경우 미국 검찰이 항상 수사개시나 보완수사를 할 가능성이 있어 수사지연이나 과소수사에 대처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개정안은 수사지휘권과 함께 수사개시권과 보완수사권도 폐지 내지 축소하고 있어 걱정이다. 물론 보완수사권은 유지되지만 새로운 사건을 수사할 수는 없다. 하나의 사실관계에서 경찰이 보지 않으려는 죄목을 검찰이 발견했을 때가 문제다. 어떤 권한이 자주 행사되지 않는다고 해서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다. 미국 검찰이 수사개시권과 보완수사권을 거의 행사하지 않는다고 해서 박탈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다. 법원이 무죄를 거의 내리지 않는다고 재판을 없애 법원이 무죄를 내릴 권한을 박탈할 수 없고 또는 법원이 압수수색영장을 거의 기각하지 않는다고 해서 영장 없는 강제수사를 허용할 수는 없다. 아주 가끔 벌어지는 검찰의 직접수사, 보완수사라도 경찰의 수사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시절 검찰의 문제는 ‘정치검찰’이었다. 권력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앞장서서 탄압했다. 미네르바, PD수첩, 언론소비자주권국민행동, 산케이기자 사건은 모두 검찰의 작품이었다.

지금 ‘검수완박’ 추진세력이 보는 문제도 각도는 다르지만 ‘정치검찰’로 읽힌다. 검찰의 수사권한을 빼앗으면 정치적 기소를 많이 못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 수사를 독점하게 되면 ‘정치경찰’에 대해 대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과거 집회시위 탄압을 보면 경찰이 절대 덜하진 않았다. 물론 검찰이 기소독점을 하고 있는 한 경찰의 과잉수사 문제는 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수사지연이나 과소수사를 통해서도 정치력(?)은 발휘될 수 있다. 결국 고위검사들 한 줌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안전책이 될 수 있는 수천명의 평검사들의 수사개시 및 보완수사 역할만 소멸되고 사법의 정치동원 문제는 남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검찰개혁은 검찰 권력지형을 바꿔야 하지 검찰의 권한을 다른 기관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필자가 검사장직선제를 요구하는 것도 고위검사들이 충성할 대상을 정치권력에서 유권자로 바꾼다면 반국민적인 수사와 기소를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 검찰에 비춰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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