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지현 찬가’ 생생한데…

2022.05.23 20:45 입력 2022.05.24 11:04 수정

사진은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17일 대구시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17일 대구시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괴롭긴 하지만 제 입장은 변함이 없습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하 박지현)이 지난 20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민주당 내 성비위 사건들을 처리하는 문제를 두고 강성 지지층 비판이 이어지는 데 대한 답이다. 박지현은 “제게 ‘내부총질 그만하라’는 문자폭탄이 쏟아진다”면서도 “당에 접수된 성범죄들은 모두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김민아 논설실장

김민아 논설실장

박지현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낙승이 예상되던 대선을 막판 초접전으로 몰고 간 주역으로 꼽힌다. ‘n번방 성착취 사건’을 파헤친 ‘추적단 불꽃’ 출신 박지현의 민주당 영입은 2030 여성 표를 이재명 후보 쪽으로 결집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런 박지현이 최근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공격받고 있다. 성비위를 저지른 박완주 의원 제명에 앞장서고,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의혹 진상규명을 지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부 지지자는 당원게시판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과만 하면 선거에 진다는 걸 모르냐”며 박지현을 비난하고 있다. 최근 2~3주 사이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한 의원이 “요즘 가장 많이 받는 문자폭탄이 ‘박지현 사퇴하라’와 ‘○○○을 국회의장으로’ 두 종류”라고 전할 정도이다.

과연 박지현이 미운털 박힌 이유가 성비위에 엄정 대처해서일까. 그럴 리 없다. 박지현에 대한 불만, 폄훼, 혐오, 조롱은 기저에 깔려 있었다. 민주당 주류에 박지현은 ‘불편함’을 상징하는 기호다. 박지현은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입법 과정에서 민형배 의원이 ‘꼼수 탈당’하자 “편법을 관행으로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 정경심 전 교수의 유죄 확정 이후엔 조 전 장관 부부의 사과를 촉구했다. 차별금지법 입법 작업이 지지부진하자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같이 비대위원장 해서 차별금지법 통과시키자’고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했다. 약속을 지켜달라”며 압박했다. 다선 의원들이 입 꾹 다물고 먼 산만 바라볼 때 박지현은 원칙에 입각해 말했다. 박지현은 “제가 발언하고 나면 연락 오는 의원들이 있다. 자신도 그 말을 하고 싶었는데 현재 위치 때문에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경향신문 ‘단도직입’ 인터뷰)라며 아쉬워한다.

민주당의 적잖은 의원들이, 박지현만 데려오지 않았다면, 아니 박지현을 비대위원만 시키고 위원장은 시키지 않았더라면… 생각했을 법하다. 그랬다면, 박완주·최강욱 사건을 외면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좋은 핑계인 선거가 눈앞에 다가왔으니, 지금은 단결! 쇄신은 나중에!

하지만 박지현이 미워도 2030 여성들이 두려워 겉으로는 표 내지 못했다. 속으로만 끙끙 앓던 일부 의원은 박지현이 공격받기 시작하자 잽싸게 편승한다. 김용민 의원은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내부 비판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비판을 하고 싶다면 그 자리에서 물러나 자유롭게 하기 바란다”(페이스북)고 했다.

박지현이 못마땅한 일부에선 그가 이른바 ‘서울 소재 주요 대학’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까지 들며 깎아내린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가사를 외우지 못해 팸플릿을 봤다고 조롱한다. 이런 비판을 하는 이들은 청년여성이 집회에서 떼창하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외워서 부를 자신이 있나.

소수지만 조응천 의원 같은 이도 있다. 조 의원은 23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지현 위원장이 최강욱 의원 성희롱 사건 진상규명을 지시했다고 그런(내부총질이라 비판하는) 것 같은데, 계속 ‘내로남불’하란 말이냐”며 “민주당은 박 위원장한테 고마워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다”고 했다. 조 의원이 옳다. 민주당이 지지율 하락 책임을 굳이 특정 구성원에게 묻는다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이모(이아무개) 교수’와 ‘이모(어머니의 자매)’를 혼동한 김남국 의원 탓이 가장 크지 않을까.

박지현은 젊고, 여성이고, 경력도 일천하다. 정치적 소수자다. 하지만 강력한 무기를 쥐고 있다. 온정주의와의 결별이다. 민주당이 청년여성을 존중한다는 ‘상징’으로 박지현을 모셔왔다면, 이제는 생각을 바꿀 때다. 그는 상징도, 액세서리도 아니다. 리트머스 시험지요, 프리즘이다. ‘박지현’을 통과할 때 정치의 본질이 선명해진다. 박지현에게도 말하고 싶다. 버텨라. 살아남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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