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2024.02.20 20:11 입력 2024.02.20 20:13 수정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해마다 놀라울 정도로 세계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국가의 흥망성쇠 중 ‘망’과 ‘쇠’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2012년 1.3명에서 2022년 0.78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으로 하락했으며, 2016년 이후 한 번의 반등도 없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2024년은 출산율이 0.6명대의 불길한, 하지만 실현될 것 같은 전망이 득세하고 있다. 또한 출생아 수는 2012년 48만명에서 2022년 25만명으로 절반으로 급감하였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3년 ‘중장기 재정현안 분석-인구위기 대응전략’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지속되면 15년 후 2040년부터 0% 성장을 하게 된다고 한다. 경제성장 둔화는 그 모든 것이 집약적으로 나타난 예일 뿐이다.

2004년 이후 17년간 정부는 300조원 이상의 재정지출을 했지만 출산율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하락했다. 물론 300조원의 막대한 재정지출이 온전히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직접적인 지출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 그와 관련 없는 복지지출이 큰 몫을 했다는 볼멘소리도 있다. 일례로 2023년의 저출산 대응 예산은 47조5000억원인데 그중 45%인 21조4000억원은 주거지원 예산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정부의 저출산 대응정책은 근본적으로 사전적(before birth) 정책과 사후적(after birth) 정책을 혼용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동안의 저출산 예산과 대책은 대부분 출산 후 사후적 지원에 집중되어 있다.

한국사회에서 출산은 결혼 이후 출산만을 인정하고 있어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결혼 비율을 높이는 것과 직결되어 있다. 즉, 혼외출산은 사회적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할뿐더러 출산을 하더라도 법적·제도적 지원을 받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기존의 저출산 대응정책은 결혼-출산 등의 과정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사전적 정책은 아닌 것이다.

한국의 청년들이 주거, 고용, 입시를 포함한 교육 문제 등을 얼마나 공포스럽게 생각하는지는 주택 마련을 위한 영끌투자와 취업준비를 위한 온갖 스펙 준비를 떠올리면 충분하다. 사교육은 어떤가?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사교육비는 26조원이다. 학령기 학생 78.3%가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고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월 40만원이며, 주당 7.6시간 사교육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청년들은 주거, 고용, 교육 문제 등 현재와 같은 극심한 경쟁상황 속에서 결혼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많은 재정을 쏟아붓는다고 해도 청년들이 결혼을 하고 자녀를 출산하여 ‘저녁이 있는’ 행복한 삶을 계획할 것 같지 않다. 따라서 앞으로의 저출산 대책은 청년들이 미래를 바라보고 결혼계획을 할 수 있도록 ‘사전적’ 대책에 보다 집중되어야 한다.

저출산 위기는 어떤 한 분야를 부분적으로 고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사회·경제·정치·문화 등 전방위적인 역대급 개혁 어젠다로 밀고 나가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개혁 어젠다의 우선순위가 없을 수는 없다. 한국은행의 2023년 보고서 ‘초저출산과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 원인·영향·대책’에 따르면 출산율을 결정하는 6개 핵심 지표(가족 관련 재정지출, 육아휴직이용률, 청년고용률, 도시인구 집중도, 혼외출산 비중, 실질주택가격지수)가 OECD 평균수준으로 개선될 때 한국의 출산율은 현재 0.78명에서 1.63명으로 대폭 개선될 수 있다고 한다.

6개 지표 중 도시인구 집중도(0.41명 개선효과)와 혼외출산 비중(0.16명 개선효과)을 제외한 4개 지표들은 막대한 재정투자와 노력으로 그런대로 개선될 여지는 있다. 하지만 도시인구 집중도(한국 431.9, OECD 95.3)와 혼외출산 비중(한국 2.3%, OECD 43%)은 단기간에 변화되기 매우 어렵다. 그런데 이 변화하기 어려운 지표들의 출산율 개선 효과가 전체의 68%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가장 높은 효과를 가져오는 도시인구 집중도의 개선은 인구밀도(한국 530.4, OECD 122.6)와 도시인구 비중(한국 81.4%, OECD 77.7%)을 크게 낮출 때만이 가능하다. 즉, 지난 20년 동안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재정적, 정책적 노력을 적어도 4배 이상 더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은 서울과 수도권 집중 추세로는 출산율을 조금이라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 초저출산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15~20년 후의 미래는 지금 어떻게 해볼 수 있다. 이 시간 동안 되돌리지 못하면 곳곳에서 나라 망한다는 소리가 계속 들려올 것이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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