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요가 마니아다. 특별한 장비 없이 요가 매트 한 장과 그것을 깔 작은 공간만 있으면 되는 단출함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이 갱년기 극복 프로젝트로 댄스 스포츠를 예찬하거나 헬스장에서 체계적인 PT를 받을 것을 권유했을 때도 의연히 요가 중심주의 노선을 고수했다. 그렇다고 요가 생활이 늘 소박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요가계의 샤넬이라고 불리는 고가의 M사 매트를 휴대용까지 두 개나 가지고 있으며, 여행 중 숙소 베란다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나무자세를 하는 모습을 찍어 주변에 은근히 뻐기기도 한다.

하지만 내 요가 아사나(동작)에는 딱히 계보나 족보가 없다. 요가원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주로 공동체에서 동아리 형태로 요가를 배웠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요가 사부들은 각자 스승이 있었다. 첫 요가 사부는 감옥에서 정치범들에게 요가를 배웠다고 했다. 몇년 후 나를 가르쳤던 또 다른 사부는 인도에서 정식으로 시바난다 요가를 배워온 학구파였다. 아무튼 나의 잡종적인 요가의 뿌리는 ‘하타’ 요가나 ‘아슈탕가’ 요가가 아니라 월 1만원 회비를 내던 ‘만원 요가’였다.

하지만 나는 그때 요가의 정수라고 할 만한 것들을 많이 배웠다. 수련은 남들과 비교하는 게 아니라 어제 나의 동작보다 단 1㎜라도 더 나아지는 것이라는 점, 동작은 힘이 아니라 호흡을 통해 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송장 자세라고 불리는 사바 아사나(Sava asana) 역시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장자>에 나오는 ‘고목사회(枯木死灰)’처럼, 그 자체가 요가 수련의 기본이자 궁극인 무위(無爲)와 해탈의 경지인 것도 그때 깨달았다. 그 이후 나는 더 이상 시르사 아사나(물구나무자세)나 바카사나(까마귀자세)에 목매지 않는다.

어원적으로 요가는 ‘yuj’(묶다)에서 파생된 말로, 몸과 마음의 합일, 집중, 삼매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역으로 말하면 우리 대부분은 평상시 몸과 마음이 분리된 상태로, 몸은 습관에 따라 움직이고, 마음은 과거에 끌려다니거나 미래로 내달리면서 산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누군가를 미워하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바쁘다 바빠’를 외치는 한편 끊임없이 또 다른 일들을 도모하는 산만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여긴 어디? 나는 누구?”라는 미망에서 벗어나, 생활인의 의무도 다하면서 동시에 완벽한 평정에 이를 수 있을까? 삼매이기도 하고 삼매에 도달하는 기술이기도 한 인도의 세 가지 요가 전통 중 카르마(행위) 요가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텐데, 핵심은 행위에 마음을 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일상 전체를 리추얼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인도에서는 잠에서 깨는 순간 하루를 선물받은 것에 감사하고, 땅 위에 첫발을 디디면서 대지에 감사하고, 신 앞에 서기 위해 매일 아침 목욕을 하고, 신에게 꽃과 향, 그리고 첫 음식(밀크티)을 바친다고 한다. 리추얼은 일상에 성스러움을 부여하는 행위, 세속에서의 영성 탐구, 일상 속의 수행이다. (김영, <바가와드 기타 강의>)

요즘 나는 제주에 내려가 사는 친구가 이끌어주는 아침 줌(zoom) 요가 동아리에서 수련한다. 작년에 좀 게을렀던 탓에 근육들이 모두 굳어서 되는 동작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한 시간 동안 오롯이 내 호흡에 집중하는 경험은 근사하다. 그리고 호흡을 따라 몸의 구석구석 내적 시선(마음)을 보내면 눈동자에도 근육이 있다는 사실을, 나에게 골반과 허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알아채게 된다. 호흡을 통해 몸과 마음을 리드미컬하게 일치시켰던 한 시간의 마무리는 가빠진 호흡을 천천히 수습하고 몸의 긴장을 완전히 털어내는 것이다. 손을 모아 합장을 한다. 창밖에는 아침놀이 물들면서 동이 튼다. 비로소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 이제 어머니의 아침상을 차리고, 친구들의 글에 댓글을 달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회의를 하거나 홍보 포스터를 만들 것이다. 이 모든 일에 곡진히 마음을 담을 수 있을까? 모든 행위가 리추얼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마스테!

이희경 인문학공동체 문탁네트워크 대표

이희경 인문학공동체 문탁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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