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계종의 황우석교수 지지에 충격

2005.07.01 17:59

〈박창길/ 성공회대 교수·생명체학대·방지포럼 공동대표〉

얼마전 조계종 총무원장인 법장 스님이 황우석 교수를 방문, 불교계가 황교수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는 매우 놀랄 만한 일이다. 총무원장은 황교수를 지지할지 모르지만, 부처님은 고개를 돌리실 일이다.

황우석 교수의 복제배아 연구만 윤리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동물의 유전자 복제 및 형질전환 연구는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사실 복제인간이 태어나려면, 아직 1세기가 걸린다지만 복제동물과 형질전환동물은 수도 없이 이미 우리 주위에 와 있지 않는가?

각종 동물에 대한 유전자 조작은 극단적인 조작의 결과로 동물에게 때로는 끝없는 고통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수만년 동안 가져온 고유한 삶의 방식조차 하루아침에 바꾸어 놓기도 한다. 그래서 동물의 유전자 조작은 시민사회에 의해 그 정당성이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 서양의 의료윤리 제도로 확립되어 있다. 유럽협약도 이런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런 최소한의 기본적인 과정조차 생략된 채 온갖 실험이 시행되고 있다. 이종장기프로젝트의 경우 안전성과 윤리를 이유로 영국등에서는 모라토리엄이 선언되었으나 우리나라에는 어떤 공식적인 검토 없이 엄청난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있지 않는가?

몇 년 전 생명윤리기본법 공청회에서 동물에게 최소한도의 기본적인 복지라도 보장해달라는 시민단체의 요구에 대해 생명공학자들은 ‘동물에게 무슨 윤리가 있는가?’라고 반박했다.

생명윤리에 대한 법을 만들면서 인간의 복제문제가 아니라 동물의 복제와 형질전환을 문제 삼으면 생명윤리에 관한 모든 논의를 중단하겠다는 입장까지 보여 반쪽의 생명윤리법이 나오게 되었다. 현재의 이종장기연구소에는 동물실험이나 영장류에 대한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도 없이 실험이 추진되고 있다.

모든 생명을 평등하게 보고, 불필요한 살생을 금하는 부처님의 말씀을 기억하면, 인간의 탐욕을 위하여, 또 더 좋은 입맛을 위해서, 더 모양 좋은 애완동물을 위해서 동물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해에도 부처님 오신날 행사로, 조계종 총무원은 황우석 교수에게 박세리와 더불어 대표적인 불자상을 수여했다. 그간의 황우석 교수의 각종 동물 유전자 조작의 성격이 무엇이었는가를 이해한다면, 불교종단에서 황우석 교수에게 대표적인 불자상을 수여하는 것은 부처님이 눈물 흘리실 일이다. 우리 사회의 불교도이건, 불교도가 아니건 알게 모르게 생명존중의 생각을 불교로부터 배워왔다.

다른 종교들이 환경의 위기와 생명의 위기를 맞아, 종래의 다른 생명에 대한 인간중심적이고, ‘일체만유 모든 생명 위에 군림하는 제왕’과도 같은 신앙관을 반성하면서, 불교에서 생명존중의 세계관을 배우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고귀한 정신을 민족의 유산으로 이어받은 조계종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이런 사실을 부처님이 아시면 무어라고 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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