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지옥 베이징

2016.06.28 21:43 입력 2016.06.28 21:48 수정

베이징은 스모그보다 교통체증이 훨씬 더 놀랍다. 스모그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정도지만, 교통체증은 생각도 못했는데 무척 놀라운 수준이다. 출퇴근 시간에는 베이징 중심 톈안먼(天安門)에서 동북부 왕징(望京)까지 2시간 넘게 걸릴 정도로 베이징은 매일 ‘교통지옥’이다. 공항·외곽선까지 17개 지하철 노선이 있지만 체증 해소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 지하철도 ‘지옥철’이 된 지 이미 오래다.

[특파원칼럼]교통지옥 베이징

한 택시기사는 “베이징 교통은 꽉 막힌 도로 아니면 꽉 낀 지하철뿐”이라고 표현했다. “차가 막혀 1박2일간 귀가한 적도 있다”는 그는 “교통 상황도 통제를 못하는데 어떻게 대국의 수도라고 할 수 있겠냐”고 푸념했다.

베이징 교통이 엉망이 된 이유로는 자동차 수의 급격한 증가 외에도 도로망의 구조적 문제를 들 수 있다. 현지 교통 전문가들은 베이징 시내에 남북을 잇는 간선도로가 부족해 2·3환(環) 등 순환로에 교통량이 집중되고, 순환로 사이를 연계하는 도로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도시와 외곽을 연결하는 간선도로와 입체교차로가 교통량을 따라오지 못하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순환로를 경유하는 버스노선이 많은 데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정류장 위치도 교통흐름을 방해한다. 빈 차로 달리는 택시도 교통체증의 ‘원흉’으로 꼽히는데 베이징 시내 주요 도로 택시 통행률이 전체의 40% 이상(2015년 기준)을 차지하고, 이 중 절반이 ‘빈 차’라는 분석도 있다. 또 국빈 방문 등 국가 행사로 인한 잦은 교통통제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여기에 신호등을 무시하고 건너는 시민들과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각종 음식 배달 오토바이가 뒤얽히면서 베이징 도로는 지독한 만성질병을 앓고 있다.

왜 베이징이 교통지옥이 됐는지에 대해서는 비교적 명확한 분석이 나와 있다. 원인을 알면 치료법도 찾기 쉬울 텐데 눈에 띄는 교통 개선책은 찾기 힘들다. 중국 당국이 내놓은 대책들은 시민들을 옥죄는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시는 2008년 이후 차량 5부제를 실시했다. 5부제로 급격히 늘어나는 교통량을 억제하지 못하자 2년 후에는 매년 24만대의 자동차에만 신규 번호판을 부여하는 ‘야오하오(搖號)’ 제도를 시작했다. 그나마도 지난해부터는 매년 15만대로 줄였는데 이 중 6만개가 신에너지 차량에 할당되면서 경쟁률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올해 들어 두 번째 진행된 ‘일반 승용차 번호판 추첨’ 경쟁률은 사상 최고치인 693 대 1을 나타냈다. 야오하오 정책을 피해 인근 톈진시나 허베이성 번호판을 받아 베이징에서 운행하는 등 편법이 나오자 시 당국은 외지 차량의 베이징 진입까지 제한했다.

규제가 통하지 않으면 다른 규제를 내놓고, 이마저도 효과가 없으면 더 강한 규제를 더하는 방법을 동원했지만 베이징 교통체증은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급기야 베이징시는 최근 차량 운전자에게 교통체증 부담금을 매기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영국 런던의 정책을 참고한 이 방안이 시행되면 운전자들은 하루에 20~50위안(약 3500~8700원)의 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규제책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당국이 부담금 정책까지 더해 운전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 하자 민심이 들끓고 있다.

중국자동차신문은 “일본 도쿄는 도쿄권 기준으로 등록 자동차 대수 1500만대로 베이징(561만대)보다 3배 가까이 많지만 5부제, 번호판 추첨제 없이도 교통환경이 훨씬 양호하다”면서 부담금 징수가 교통체증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시가 해외에서 배워야 할 것은 부담금 징수가 아니라 도로 시스템 개선이란 점은 확실해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새로운 규제만 내놓는 베이징의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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