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쟁이 빚은 이라크의 참사

2005.09.01 18:13

이라크에서 엊그제 어처구니 없는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바그다드 북동부의 사원 부근에서 시아파 순례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무려 965명이 떼죽음을 당한 것이다.

이는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 발발 이후 최악의 사고였다. 사망자들은 사원으로 가기 위해 티그리스강 위의 다리를 건너던 중 누군가가 자폭테러를 벌이려 한다는 소식에 놀라 서로 밀치다 압사하거나 강으로 떨어져 익사했다는 것이다.

사고 원인 분석은, 특히 각자의 종파에 따라 엇갈린다. 수니파인 사둔 알 둘라이미 국방장관은 이번 참사가 종파간 갈등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바얀 자브르 내무장관 등 시아파 관리들은 사고가 수니파 저항세력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결과는 단순 사고라기보다는 계획적으로 저질러졌을 가능성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고가 나기 전 현장 부근에서는 두 차례의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고 미군과 저항세력 사이에 교전이 벌어졌다고 한다. 시아파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 시스타니는 이 사건을 테러리스트들이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 사고가 수니파의 소행으로 드러날 경우의 심각한 파장이다. 그렇게 되면 이라크는 피의 보복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번 사고는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주도한 헌법초안을 소수파인 수니파가 강경하게 거부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국면에서 발생했다.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후 더욱 치열한 반목을 벌여온 시아파와 수니파에 이 사건은 종파간 내전의 불을 댕기는 기폭제가 될지도 모른다. 이는 또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라크 전쟁의 늪으로 점점 깊이 빠져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라크 현실은 미국의 전쟁론자들이 말하는 방향과는 정반대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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