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제고 논란과 교육청의 졸속 행정

2007.06.01 18:18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3월 개교예정인 서울국제고등학교를 특수목적고 겸 특성화고교로 지정했다가 말썽을 빚자 특목고만 남기고 특성화고 지정은 철회키로 했다. 이로써 이중 지정 문제는 해소됐으나, 교육청이 졸속행정으로 공연히 혼란만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이 당초 국제고를 특목고 겸 특성화고로 이중 지정한 것은 특성화고에 주어지는 자율권 때문이었다. 일반고나 특목고는 교장을 반드시 자격증 있는 사람으로 임용해야 하지만, 특성화고는 그런 제한이 없어 전직 대사나 장관 같은 유명인사 초빙이 가능하다. 교육청이 갖고 있는 고교 설립 및 지정 권한을 한껏 이용해 국제고에 특목고의 교과편성 자율권과 특성화고의 교장 초빙 자율권을 동시에 부여하려한 것이다.

현행 법에 특목고와 특성화고를 중복 지정해서는 안된다는 명시적 규정은 없다. 그러나 특목고는 평준화를 보완하는 성격이, 특성화고는 실업계고를 세분화하는 성격이 강하다. 한 학교에서 다른 성격의 두가지 교육목표가 혼재한다면 얼마나 혼란스럽겠는가. 현행법에도 두 학교의 설립목적은 별도로 규정돼 있는 만큼 법령 체계나 입법 취지로 볼 때 중복 지정은 분명한 반칙이다. 지금까지 국내 어느 학교도 중복 지정된 적이 없었는데, 교육청이 세우는 학교라고 해서 예외가 인정될 수는 없지 않은가. 사립 특목고에서 같은 이유로 특성화고 지정을 요청할 때 서울교육청은 무슨 논리로 대응하려 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교육청의 국제고 계획에 대해 교육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제관계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귀족형 입시전문학교로 전락할 것이라는 염려다. 출범 첫해는 내신위주로 선발한다고 하지만, 언제 영어시험을 강화해 초·중학교에 사교육을 부추길지 모른다는 걱정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부모들의 이런 조마조마한 심리를 새겨 듣는다면 국제고의 설립 운영에 한층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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