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리콜, 기업의 소비자 인식이 달라져야

2010.03.01 22:54

내년부터 결함이 있는 공산품에 대해 정부가 리콜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규정이 마련된다고 한다. 기업이 제품을 잘못 만들어 팔고서도 계속 리콜을 거부하는 경우 정부가 리콜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도요타 리콜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 안전과 리콜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추세에 맞는 조치라 하겠다.

소비자의 안전을 도모하는 데는 정부의 노력이나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소비자에 대한 기업의 올바른 인식이 중요하다. 설계·제작·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소비자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것이 먼저이며, 제품에 결함이 발견되면 신속한 리콜로 소비자 보호에 나서려는 인식이 다음이다. ‘소비자에게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는 기업의 기본 자세다. 문제는 리콜이다. 결함이 발견됐을 때 과감하고 신속히 리콜을 결정하는 데 실리를 따지는 계산이 앞서서는 안된다. 자동 프로그램처럼 ‘소비자 안전’이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설정돼야 한다. 그렇게 체질화하지 않으면 소비자 압력에 마지못해 리콜하게 되고, 결국 리콜을 통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놓친다. 도요타 사태 이후 국내 기업의 소극적인 리콜 자세도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이 많은데 그러려면 소비자를 존중하는 인식부터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한국과 미국에서 신형 쏘나타 리콜을 실시키로 한 것을 두고 비난 여론이 있는 것도 소비자를 우습게 아는 인식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교체하는 앞문 잠금장치는 리콜 대상이라기보다는 단순 결함에 가까워 이번 리콜이 적극적인 자세로 평가받을 여지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차가 이미 결함을 파악해 두 달 전부터 부품을 교체한 차를 생산하면서도 기존 판매 차에 대해서는 문제가 드러날 때까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더구나 미국에서 부품교체가 ‘판매 중단’으로 보도된 직후 리콜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자 국내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린 것이다. 미국에서 문제가 되자 국내에서도 같은 조치를 취한 셈이다.

선진국에서도 대부분 리콜은 기업의 자발적 형태다. 결함을 숨기거나 버티다 정부의 리콜명령을 받는 수준의 기업이라면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할 여지는 아예 없다. 리콜에 관한 한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장치보다도 기업 스스로의 인식과 자세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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