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NS 막는다고 떠난 민심이 돌아오진 않는다

2011.12.01 21:17

우리 헌법은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모든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의 완수를 명시하고 있다. 헌법에 근거해 공동체 내에서 책임과 의무의 적절한 균형이 이뤄지게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따라서 자율과 조화의 원리에도 불구하고 책임과 의무 사이의 균형이 깨어진다면 정부의 개입과 규제는 필요하고도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합리적이고 적절한 규제일 때의 얘기다. 정작 규제해야 할 곳에는 팔짱만 끼고, 자율과 조화의 원리가 작동되어야 할 곳에는 시시콜콜 끼어든다면 정부는 헌법이 정한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비리가 잇따르는 금융·사학·법조 등엔 멀뚱멀뚱하면서 스마트폰 확산에 따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옭아매보겠다고 덤벼드는 정부가 꼭 그 꼴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어제 전체회의를 열고 SNS에 대한 정부 심의를 확정했다. 뉴미디어정부심의팀을 별도로 신설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와 스마트폰의 응용프로그램(앱)에 떠도는 유해·불법 정보를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SNS 사용자와 시민단체는 말이 심의이지 실상은 ‘SNS 옥죄기’이자 스마트폰 시대의 ‘언론 검열’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SNS의 내용을 임의로 판단해 강제 차단까지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심각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것이다. 10·26 재·보선 때 나온 SNS 규제방침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사회적 공론화 과정도 생략한 채 한 달여 만에 속도전 치르듯 시행에 들어갔으니 정부의 정치적 속셈이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정부의 SNS 규제는 어설프고 신중치 못한 처사다. 물론 SNS가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게 정당화될 수는 없다. 지난 선거에서 SNS를 틀어막을 궁리만 했던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의 행태나, 최근 최은배 판사가 페이스북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비판글을 올렸다고 허겁지겁 윤리위원회를 소집하고 법관의 SNS 사용지침을 만들겠다고 나선 대법원의 경솔한 처사도 방통심의위처럼 ‘SNS 규제’ 조급증을 드러낸 것이다. 정권의 눈치만 보고 헌법은 외면한 규제로 뭘 하겠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사회적으로 적절하다는 합의에 바탕을 두지 않는 규제는 실효성도 없을뿐더러 현명한 이용에 대한 자율과 조화의 헌법 원리만 훼손한다. SNS를 막아 선거에 이겨보겠다는 심산이라면 정부는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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