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UAE 상대로 국제 사기극 벌인 김태영 전 국방

2018.01.09 20:48 입력 2018.01.09 20:52 수정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9일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유사시 한국군 자동개입이 포함된 비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털어놨다. 김 전 장관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당시 원전 수주를 위해 MOU를 체결했으며, 그 내용은 “UAE에 군사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 한국군이 가기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지금 시각에선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그땐 국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중동국가의 전쟁에 자동개입하는 군사협정을 비밀리에 체결해놓고 최선의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데 경악을 금치 못한다.

UAE와의 비밀 MOU 체결은 헌법 위반이다. 헌법 60조는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등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김 전 장관은 “국회로 가져가기보단 내가 책임지고 비공개로 하자고 했다”고 했다. 분쟁이 상시화된 중동국가에 장병들을 보내는 위험천만한 협정을 국회가 아닌 일개 장관이 결정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협정문을 번역한 외교부가 “국방부가 미쳤다”고 한 게 당연하다. 게다가 김 전 장관은 협정의 존재를 끝까지 숨겼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2010년 11월1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UAE가 공격을 당했을 때 군사적으로 도움을 준다든지 파병한다고 약속했다면 헌법(위반)의 문제”라며 8차례나 질의했지만 김 전 장관은 끝까지 부인했다. 김 전 장관은 국회와 시민을 능멸한 책임을 져야 한다.

국가 간 협정은 준수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김 전 장관은 “(UAE에 군사지원을 약속했지만) 실제론 국회의 비준이 없으면 군사개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지키지 않을 약속을 했다는 뜻이다. UAE에 국제 사기를 쳤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이런 비밀협정 체결이 국방장관의 단독 결정이 아님은 불문가지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원전 수주에서) 이면계약은 없었다”고 거짓말했다. 그는 “내가 말하면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 현 정부가 잘 알아서 할 것”이라고 했다. 원전을 수주했는데 불법이 대수냐며 뒷수습은 현 정부가 알아서 하라는 격이다. UAE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다른 4개 중동국과 체결한 협정도 내용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칼둔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의 방한으로 이번 갈등이 마무리되고 있지만, 진상만은 밝히고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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