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이 NO 하지 않았다”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안 된다

2023.02.01 20:26

정부가 서방으로부터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동참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오는 24일 개전 1주년을 앞두고 중대 고비를 맞았는데, 우크라이나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것이 서방 측 논리다. 한국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해 경제·인도적 지원을 해왔지만 살상용 무기 지원에는 선을 그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뒤 강연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이라는 특정한 문제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등 일부 나토 회원국들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기존 정책을 바꿔 무기 지원에 나섰다며 한국의 결단을 압박했다. 이튿날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이것이 나토 회원국인 미국 뜻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이종섭 국방장관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의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 노력이 필요하다는 관점에 공감했다”며 “무기 지원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정도로 답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낼 것이냐는 물음에 한국이 ‘노’라고 답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개전 초 우크라이나로부터 소총 지원 요청을 거절하고 대신 방탄복 등 비살상용 군사 장비를 지원했다. 지난해 11월 미국을 통한 탄약 우회 지원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정부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고 했다. 러시아와의 관계 등을 고려한 결과이다. 하지만 이날 이 장관 발언을 보면 정부 입장에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최근 영국, 프랑스,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전차와 자주포 등을 제공하는 것은 맞다.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며 가치외교를 강조해온 한국으로서는 서방의 요청을 마냥 거부하기 쉽지 않다.

한국이 침략을 받은 우크라이나 편에 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곤란하다. 한국이 특정 국가에 살상용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역사적으로 더 많은 외부 국가들의 전쟁 개입은 더 많은 죽음과 파괴라는 악순환을 불렀다. 전쟁의 유일한 승자는 선진국 무기업체들이다. 나토에도 무기 지원에 동참하지 않는 나라가 많은 상황에서 한국이 섣불리 나설 이유도 없다. 대신 한국은 전쟁이 더 빨리 끝나도록 외교력을 보태고, 피해 복구와 난민 지원 등에 역량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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