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원 늘리면 반 20등도 의사한다”는 의협의 특권의식

2024.02.22 19:23 입력 2024.02.22 22:19 수정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9000명을 넘어서며 수술 및 진료 축소가 늘어가고 있다. 22일 수도권 내 한 종합병원에서 환자들이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조태형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9000명을 넘어서며 수술 및 진료 축소가 늘어가고 있다. 22일 수도권 내 한 종합병원에서 환자들이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조태형 기자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이 지난 21일 MBC <100분 토론>에서 “지역의사제에서 성적 낮은 학생을 뽑아서 의무근무를 시키면 근로 의욕도 떨어질 것이고, 그 의사한테 진료받고 싶겠나”라며 지역인재전형 확대를 반대했다. 그는 “지역에 있다고 해서 의대를 성적이 반에서 20~30등 하는데도 가고, 의무근무도 시키고 (하는 것을)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성적 우수자만 의사가 되길 국민이 바란다는 건 독단에 가깝다. 외려 그것이 국민 생명을 볼모로 의료 현장을 떠난 의사들이 할 말인지, 하루하루 속 타는 환자들은 보이지 않는지 묻게 된다.

의사들의 엘리트 의식은 뿌리 깊다. 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는 2020년 의사 파업 때 공공의대 정책을 비판하면서 ‘전교 1등 의사에게 진료받는 것이 더 좋지 않냐’는 홍보물이 논란을 빚자 사과했다. 병을 진단·치료하는 실력, 환자와의 소통·공감 능력, 생명에 대한 경외심 등이 어찌 고등학교 때 성적으로만 이뤄질 수 있을까. 성적 지상주의를 신봉하는 자기합리화일 뿐이다. ‘반에서 20~30등 한 의사’ 비아냥은 사실에 부합하지도 않는다. 입시 전문가들 분석대로 전국 고등학교 수를 고려하면, 정원을 2000명 더 늘려도 의대 입학은 여전히 최상위 성적 학생들만 통과할 수 있는 ‘좁은 문’이다.

이번 집단행동에도 의사들의 직역이기주의와 특권의식이 깔려 있다. 실제 의사들은 정부의 면허정지 경고를 ‘의사에 대한 도전’이라고 했고, ‘처벌하면 의료 대재앙을 맞이할 것’이라고 겁박하고 있다. 의사들만 뭉치면 정부도 어찌할 방도가 없다는 집단 확신에 빠진 셈이다. 그런 안하무인식 행태가 집단행동의 설득력·신뢰를 떨어뜨리고 시민 공분만 키우고 있음을 의사들은 직시해야 한다.

서울 의사들은 22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궐기대회를 했다. 정부는 이날도 “주동자·배후 구속수사” 원칙만 밝히고, 의사들은 “정부의 증원 계획·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를 요구했다. 이런 식이면 강 대 강 대치만 장기화될 수 있다.

의·정 충돌은 궁극적으로 인구 감소·고령화를 감안한 실효적인 증원 로드맵과 필수·지역 의료 보강책이 세워질 때 매듭된다. 국민 생명을 볼모로 파업하면서 의사들이 직업 선택권을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의사들은 집단행동을 멈추고 의료시스템을 새로 짜는 의·정 대화가 하루빨리 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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