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의 퇴장

2013.12.05 20:41 입력 2013.12.06 14:09 수정
백학순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핵심 후견인이자 2인자였던 장성택 당 행정부장이 ‘실각’했다고 한다. 국정원의 ‘장성택 관련 서면보고’에 따르면, 최근 조선노동당 행정부 내 장성택의 핵심 측근들에 대한 공개처형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장성택도 실각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한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국회 증언과 최근 각종 언론보도를 종합해 볼 때, 장성택은 신변에는 이상이 없으나 권력은 잃은 것으로 보인다.

[정동칼럼]장성택의 퇴장

그렇다면, 장성택은 왜 실각했으며, 그것은 북한정치에서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그의 실각은 북한이 본격적으로 추진해온 대내 경제개혁, 대외 경제개방 그리고 6자회담 등 대외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첫째, 장성택의 실각 이유를 단순화해 말하면,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을 수령의 위상에 맞는 ‘유일적 영도’ 수준으로 강화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후견인으로서 과도하게 커진 장성택의 권력을 제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장성택은 북한정치에서 마치 왕조시대에 ‘임금의 유언으로 나라의 뒷일을 부탁받은’ 고명대신과 같은 위치였기 때문에, 자연히 그의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세칭 ‘당 중의 당’과 같은 위상을 갖게 되는 위험한 상황에 근접했던 것이고, 이에 김정은이 그를 숙청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김정은이 권좌에 오른 지 채 2년도 되지 못한 매우 짧은 기간 내에 수령의 ‘유일영도체계’를 보다 확고히 했다는 것이다.

둘째, 김정은이 ‘자신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개막하면서 장성택과 그 측근들을 숙청하는 방식이 흡사 시진핑이 ‘자신의 시대’를 열면서 보시라이를 뇌물수수, 공금횡령, 직권남용 혐의로 처벌하고, 또 저우융캉의 체포설이 나오는 등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우고 있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 국정원의 서면보고에 따르면, 금년 들어 북한의 보위부에서 장성택 심복에 대한 “비리 혐의”를 포착하고 내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적극적인 공조 외에도 시진핑과 김정은이 모두 ‘자신의 시대’를 열면서 이래저래 많이 닮아가는 모습이다.

셋째, 장성택은 이번 실각으로 실질적으로 정치를 마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이 예전처럼 또 재기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장성택은 기본적으로 ‘김정일의 사람’이고 ‘김정일 시대’의 사람이다. 장성택에게 주어진 역할은 ‘김정일 시대’를 ‘김정은 시대’로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었고, 이제 그 역할이 끝난 것이다. 장성택의 역할은 마치 성경에서 ‘세례 요한’이 ‘옛 시대의 인물’로서 ‘새 시대의 주인’인 ‘예수 그리스도’의 강림을 준비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했던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제2인자 장성택의 입장에서는 ‘처조카인 김정은의 밥’을 먹는 것이 ‘처남인 김정일의 밥’을 먹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고 눈치 보이는 일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장성택이, 마치 김영주나 양형섭처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나 명예부위원장 같은 자리에 앉게 될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정치적 재기와는 아무 상관없는, 인척에 대한 하나의 예우 차원에서 이뤄지는 일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성택의 실각이 북한의 개혁·개방과 6자회담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결론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고 본다. 작년 농업과 산업에서 취해진 6·28조치로부터 시작된 대내 ‘개혁’과 올해 거의 30개에 육박하는 경제특구 개설을 통한 대외 ‘개방’은 모두 기본적으로 김정은이 ‘자신의 시대’를 열기 위한 것이다. ‘경제(문화)발전’과 ‘인민생활향상’, 그리고 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 환경’ 조성 등을 통해 경제를 살리고 안보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큰 틀에서 보면, 장성택의 숙청은 단순히 중요 정책이행자를 한 사람 바꾸는 일에 불과하다.

이제 장성택의 실각을 시작으로, 북한정치에서 ‘김정일 시대’의 인물, 과거의 인물들이 하나하나 떠나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인 숙청을 통해서라기보다도 세대교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맞아 우리 국민과 정부는 민족화해와 평화정착, 통일의 가치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 북한과 보다 더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대화하고 협상할 것인가? 우리 모두가 고심하고 결단을 내려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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