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정권이 땅값 올렸다

2017.03.30 20:38 입력 2017.03.30 21:52 수정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경제학

경향신문이 경실련과 공동으로 ‘지주의 나라-불로소득이 문제다’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본다. 적폐청산 요구가 분출하는 지금 부동산 가격폭등으로 인한 불로소득 창궐과 빈부격차 확대 문제는 적폐 중의 적폐로서 근본적 수술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 시리즈에서 나온 경실련의 일부 주장은 진실과 거리가 멀고 그 결론이 독자들을 오도할 위험이 매우 크므로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정동칼럼]독재정권이 땅값 올렸다

한국의 땅값은 지난 수십년간 천문학적으로 올라 단연 세계 최고다. 문제는 어느 정권이 많이 올렸나 하는 것이다. 경실련은 노무현 정부가 제일 많이 올렸고, 박정희·전두환 정부는 잘했다는 놀라운 주장을 편다. 3월15일자 기사를 읽어보자. “땅값 상승을 정권별로 보면 노무현 정부에서 3123조원이 상승해 가장 많이 올랐고, 임기 동안 연평균 상승액도 625조원으로 전체 평균(연 131조원)의 약 5배나 됐다. (중략) 노무현 정부 다음으로 김대중 정부 시절 243조원씩 총 1214조원 땅값이 올랐다.” 경실련은 또 이렇게 주장한다. “오히려 박정희·전두환 정부는 강력한 분양가상한제로 건설사 이윤을 제한해 서민들을 위한 저렴한 주택을 공급했다. (중략) 땅값, 집값 거품을 급격히 키운 건 이른바 ‘민주정부’ 때였다. 김대중 정부는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대거 규제 완화를 추진했다. 선분양 때 분양가 자율화 허용, 그린벨트 해제 등이 대표적이다.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참여정부에서 땅값이 폭등한 것도 아이로니컬하다.”

경실련의 주장이 이러한데,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독재정부가 유능하고 민주정부가 무능하다는 결론이 되니까. 그러나 경실련 주장은 백을 흑이라 하고, 흑을 백이라 한 명백한 통계의 오독이다. 경실련은 땅값 상승률로 계산하지 않고 액수로 계산했는데, 이렇게 하면 당연히 땅값이 비싼 후기 정권들이 많이 올린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거기에 바탕하여 경실련은 독재정권이 부동산정책을 잘했다고 칭찬하고, 노무현 정부에 맹공을 퍼붓는다. 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땅값 절대액으로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므로 연평균 상승률로 새로 계산해서 경실련 주장이 맞는가 확인해보자.

먼저 정권별 땅값 상승률을 보면 박정희 정권이 연평균 36.2%로서 압도적 1위이고, 노태우(21.9%), 이승만(21.6%)이 그 뒤를 잇는다. 경실련이 땅값 폭등 1위로 지목한 노무현 정부는 13.9%로서 4위다. 또 다른 통계를 보자. 매년의 생산소득을 100%라고 볼 때 땅값 상승으로 인한 불로소득이 몇 퍼센트인가를 계산해보면 박정희 정권이 243%로서 압도적 1위이고, 노태우 정부(111%), 노무현 정부(68%)가 그 뒤를 잇는다. 박정희 정부에서 토지 불로소득이 생산소득의 2.4배라는 사실은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서 다른 정권 하고는 아예 비교가 안된다. 박정희 시대에 얼마나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소외되고, 투기꾼 천국이었나를 알 수 있다. 땅값 총액이 국내총생산(GDP)의 12배라는 전무후무한 값으로 올라간 것도 박정희 정권 말기의 일이다.

세계 1위의 비싼 한국 땅값에 대해 각 정권의 책임을 정확하게 평가하면 박정희(50%)가 압도적 1위로서 전체 절반의 책임이 돌아간다. 그 뒤를 이승만(13%),노태우(9%), 전두환(7%), 노무현(6%), 김대중(4%), 김영삼(2%)이 잇는다. 이렇게 본다면 땅값 상승의 압도적 책임은 단연 박정희에게 있으며, 그 뒤에 이승만, 노태우, 전두환, 그 뒤에 노무현이 서 있다. 그리고 사실 노무현 정부 때 땅값 상승도 그 원인을 찾아보면 이 시리즈 2편(경향신문 3월15일자 보도)에서 이준구 교수가 정확히 지적했듯이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규제를 완화한 데 있다. 어쨌든 과거 독재정권에 비해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책임은 훨씬 낮아 셋을 합해도 12%밖에 안된다. 즉 한국의 비싼 땅값은 대부분 독재정권 때문이고, 민주정권은 책임이 가볍다는 사실은 해와 달을 보듯 명백하다.

이상은 경실련이 발표한 땅값 자료를 그대로 가져와 내가 계산한 것이다. 경실련 자료는 국토교통부의 지가상승률 통계에 비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지가상승률이 자그마치 연 10%포인트나 높게 나와 매우 불리하게 되어 있는데, 이는 앞으로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경실련 자료를 인정하더라도 땅값 폭등의 책임은 독재정부에 있음이 확실하다.

독재는 언제, 어디서나 악이며, 땅값 폭등과 불로소득 창궐에서도 주범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박정희 체제는 우리가 청산해야 할 적폐의 총본산이다. 그런데도 경실련은 노무현 정부에 무슨 억하심정이 있길래 이렇게 통계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공격하고, 독재정권을 미화, 찬양하는지 이유를 밝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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