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수도권 개발’밑그림부터

2002.12.01 19:05

〈최막중·한양대교수〉

서울의 모습을 바꾸어 놓을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앞다투어 계획되고 있다. 청계천 복원과 시청앞 보행광장 조성은 이미 기정사실화되었고, 강·남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강북 재개발이 3개 뉴타운 개발을 시작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상암동의 디지털미디어시티(DMC) 개발이 추진되어 왔는데, 강 건너 마곡지구도 곧 개발된다고 한다.

경기도는 그동안 소규모 마구잡이 개발의 폐해를 방지하고 체계적인 도시용지 공급을 위해 권역별로 일련의 대단위 신도시 개발을 구상 중에 있다. 조만간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도 일부 해제되어 국민임대주택단지를 비롯한 개발 가용지로 전용될 예정이다. 판교 신도시, 화성 신도시는 이미 개발계획을 수립 중에 있고, 광명시의 경부고속철도 역사도 한창 건설 중에 있다. 또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 초부터 추진되어 온 경제특구 법안(경제자유구역법)도 논란 끝에 얼마 전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서울의 도심 및 강북 재개발, 경기도의 신도시 개발, 인천의 경제특구 개발 등은 모두 하나하나 나름대로의 명분을 갖고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경기·인천이 이미 하나의 통합된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계획들을 모두 모아 놓았을 때 장래 수도권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마치 퍼즐을 맞출 때 어떠한 그림이 그려질지 모르는 상태에서 퍼즐의 작은 조각들을 열심히 끼워 넣고 있는 셈이다.

어떠한 그림을 그릴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그림의 전체적인 구도를 잡아 놓아야만 어느 곳에 무슨 색깔을 칠해야 할지를 판단할 수 있다. 수도권이 한 개인의 실험미술을 위한 캔버스가 아닌 이상, 수도권 공간구조 재편에 대한 합의 없이 여기저기 색칠만 해 놓는다면 왜 그곳에 그러한 색깔을 칠해야 하는지에 대해 소모적인 논쟁만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지금부터라도 수도권의 기성 시가지 재개발, 신도시 개발, 경제특구 개발 등과 같은 개별 계획들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수도권 공간구조 재편의 큰 밑그림을 먼저 그려야 한다. 우선 수도권의 산수(山水) 네트워크와 생태환경을 고려한 광역 녹지체계를 구축하여 거대 도시의 모양을 만드는 새로운 형틀을 짜야 한다. 그리고 대중교통 위주의 광역교통망을 구축하고, 광역 생활권별로 최소한의 자족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다핵 분산집중형의 기능 분담체계를 구성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수도권 공간구조 재편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려면 필연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두 개가 있다. 첫번째는 수도권정비계획법으로 대표되는 수도권 집중억제 정책과 국토 균형개발 정책이다. 지금까지의 관례로 볼 때 수도권에 대해 어떠한 형태의 밑그림이 그려지든, 수도권 집중에 대한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바로 이 때문에 그 누구도 수도권 전체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려고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역설적이지만, 수도권 공간구조를 재편하기 위해서는 비수도권 지역의 발전에 초점을 맞춘 국토정책이 뒤따라 주어야 한다.

두번째는 그린벨트 정책이다. 현재와 같은 그린벨트의 모양을 그대로 둔 채 수도권 공간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린벨트는 대도시권 공간구조를 구성하는 요소 중의 하나로서, 공간구조를 어떠한 형태로 재편하느냐에 따라 지역별로 확장 또는 축소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그린벨트의 모양을 유지한 채 공간구조를 재편한다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이야기이다. 수도권 공간구조 재편 전략에 따라 그린벨트의 모양도 보다 유연하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

강북 재개발이든, 신도시 개발이든, 경제특구이든 결국은 불가분 국토정책, 수도권 정책, 그린벨트 정책과 연계되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논란을 수도권 공간구조 재편이라는 큰 밑그림에 담아 해결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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