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가둔 ‘5지선다형 수능’

2014.11.25 20:50 입력 2014.11.25 20:54 수정
박거용 | 상명대 교수·대학교육연구소 소장

모든 수능 응시자 학부모의 관심 대상이었던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출제 오류 사건이 24일로 우선 일단락되었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생명과학Ⅱ 8번과 영어 25번 문항의 복수정답을 인정하고, 김성훈 평가원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평가원장직”을 사퇴하였다. 교육부는 다음달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및 운영체제 개선위원회’를 구성하여 내년 3월까지 최종 개선안을 수립해서, 이 개선안을 2016학년도 수능 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시론]창의력 가둔 ‘5지선다형 수능’

1994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21년째가 되는 수능은 그간 출제방식과 문항 등이 정형화되면서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타당하고 변별력 있는 검사도구”로서 신빙성과 타당성이 있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 있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수능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출제 오류와 난이도 조절 실패는 논외로 하더라도)은 그것이 5지선다형 객관식 문제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요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되고 있는 것이 창의력과 상상력 그리고 문제해결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5지선다형 객관식 문제로 일관된 수능체제는 일찍이 초등학교부터 우리 학생들의 창의력을 마비시키고, 상상력을 억누르고, 문제해결 능력을 기형화하고 있다. 수능체제에 익숙해진 수험생이 대학에 입학하여 과연 어떻게 논술형과 주관식 중심의 대학 시험에 적응할 것이며, 또 어떻게 ‘창조경제’의 견인차가 될 수 있겠는가?

수능체제를 합격, 불합격만 가리는 자격고사로 전환하거나 또는 수능체제를 수험생을 한 줄로 세우는 방식에서 몇 개의 등급으로 나누자는 주장, 그리고 ‘문제은행’ 방식의 기초학력평가로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도 경청해야 하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합의를 구해서 실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학 ‘본고사’ 부활론이 다시 확대되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수능체제의 급격한 변화는 또 한번 학생들을 혼란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현 수능체제에서 신속히 손 봐야 할 점들도 있다. 우선적으로 단기간에 출제해야 하기 때문에 생기는 출제 오류와 난이도 조절 실패는 ‘교수 출제’, ‘교사 검토’의 방식을 융통성 있게 운영하고, 학연과 지연에 의한 출제위원 선정 시스템을 혁신하고, 출제·검토위원의 범위를 확대해서 해소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EBS교재와 수능의 70% 연계정책도 보완해야 한다.

EBS교재는 교과서가 아닌 문제집이기 때문에, 국가 검증과정에서 제외된다는 점은 수능체제의 큰 맹점이다. 올해 1~4월에만 EBS교재에 대한 오류 제기가 국어, 영어, 수학, 사회탐구, 과학탐구 등에서 모두 898건이나 되었다는 사실은 우리를 경악하게 한다. 올해 수능에 출제된 EBS교재 숫자는 1~5교시 과목에서 문과생은 19권, 이과생은 23권에 달하며, 영역별 선택과목을 모두 포함하면 무려 102권에 달한다고 한다. 따라서 EBS교재에 대해서도 철저한 국가 검증절차 도입이 시급하다.

끝으로 국무총리실 산하에 있는 평가원을 교육부로 이관하여 감독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시급하게 개선해야 한다. 현행 체제에서는 평가원이 교육부의 예산을 쓰면서도(올해 교육부는 수능과 관련해 177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감독은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 연구회에서 받는 꼴이라서 그 전문성 면에서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수능문제를 주관식과 논술형으로 전환하는 일은 학생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너무나 근본적인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이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공사다망(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절감 모두 다 망하는 사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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