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의 정상화’ 필요한 금융권 인사

2014.12.07 20:48 입력 2014.12.07 21:19 수정
문종진 | 명지대 교수·경영학

최근 은행, 증권, 협회 인사 등에서 염치도 원칙도 없이 동시다발적 및 무차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혼탁한 금융계 인사로 금융 종사자는 물론 일반 시민의 개탄의 목소리가 높다. 현 정부 들어 특정 대학 출신 인사들이 혜성처럼 등장해 필요 절차가 무시된 채 사전 내정되고, 유력한 상대 후보에 대한 투서와 근거 없는 모함이 난무하면서 주요 수장 자리를 꿰차고 있다. 왜 이처럼 비정상의 인사가 계속되는 것인지 실망과 자조의 탄식이 절로 흘러나온다.

[시론]‘비정상의 정상화’ 필요한 금융권 인사

최근 매각과 관련해 여론의 중심에 서 있는 우리은행은 공적자금을 투입해 회생된 국민의 은행이고 동 은행의 부실은 조세수입 감소, 고용 감소, 국민의 손실로 바로 연계된다. 이런 이유로 최고 경영진을 뽑을 때는 올바른 인사를 적합한 절차를 통해 선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목도하는 현실은 20~30년 전 낙후된 인사시스템으로 회귀한 것 같다. 지난 5일 우리은행 행장추천위원회는 ‘서금회’ 소속 이광구 후보를 단독후보로 결정하고 9일 개최되는 이사회에 행장으로 추대키로 했다. 하지만 그동안 선출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 등에 관해 금융당국, 이사회, 행추위가 제 역할을 다했는지 곱씹어봐야 한다.

금융감독 당국은 KB사태를 계기로 지난 11월20일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최고경영자에 대한 신임 및 재임 절차를 공식적이고도 투명하게 규정하게 되어 있다. 이와 동시에 모든 이사들은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절차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모범규준 발표를 무색하게 만드는 외부의 압력이나 특정인의 사전 내정 움직임에 대해 금융감독 당국과 이사들은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반문하고 싶다. 인사권을 가진 권력의 요구를 거부하기가 어려웠다면 직을 걸고서라도 문제점을 제기하는 등 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했는지 등 아쉬운 대목이 많다.

윤증현 전 금융위원장은 임원 후보로 추천한 직원이 사실과 다른 부당한 투서내용으로 인사검증단계에서 문제가 제기되면 본인이 직접 이를 적극 해명해 해당 직원이 낙마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많은 부하 직원의 신망을 얻었다. 그러나 이순우 행장은 2013년 지주회사 회장 선출 시 무혐의된 부분이 다시 제기되면서 행장 연임에서 자진 사퇴하고 이광구 부행장이 후보로 추가 추천됐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 당국은 그림자 뒤에 숨어 암묵적 방관자 또는 간접적 동조자의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또한 7명으로 구성된 행추위가 열리기도 전에 특정인이 내정된 것은 행추위의 존재를 무시한 것이고 이에 대해 행추위의 입장과 대응조치로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도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내정설 논란에도 불구하고 후보자 추천을 비공개로 진행해 왔다. 이순우 행장에 이어 연속 상업은행 출신을 후보로 추천해 향후 KB가 겪었던 채널갈등의 활화산이 잠복한 부분에 대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 듣고 싶다.

9일 이사회가 개최되는 모양이다.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이다. 이사회에서 행추위가 못한 본격적인 검토와 올바른 의사결정을 통해 ‘비정상의 정상화’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일까? 미국에 앞서 영국 노예무역제도의 철폐를 위해 개인적인 비난과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 성공시킨 윌버포스 같은 정치인이 과연 우리나라에는 없는가? 흑인에 대해 차별적인 부당한 관습과 제도의 철폐운동을 전개해 온 마틴 루터 킹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전환기적 시기에 소리 높여 고함 치는 악한 사람보다 그림자와 경전 뒤에 숨어 침묵으로 일관하는 선한 지식인과 종교인의 침묵이 더 비극적이었다고 했다.

자, 우리 모두는 후손들에게 보다 나은 금융시장을 물려주기 위해 부당한 낙하산에 대해서는 “노”라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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