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안보 본연의 자세 잊었나

2016.02.04 20:42 입력 2016.02.04 20:57 수정
이재영 | 전 경남대 교수·군사안보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남북관계가 뒤틀리고 있다. 정부는 재도발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선언하면서 대북 방송, 5자 회담, 안보리 제재 등을 들고나오고 있다. 북한은 전단지와 무인기 같은 소극적 대응에서,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같은 적극적 무력시위로 전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우리 정부의 선택이 안보에 부합하는가? 그렇지 않다. 국가존속을 위한 무기체계의 확보도, 평화를 통한 국가존속도 고려치 않기 때문이다. 남북 간 대립으로 국민의 불안만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안보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시론]정부, 안보 본연의 자세 잊었나

안보는 적극적 안보와 소극적 안보로 구분된다. 전자는 자국 중심의 국제질서 내지 세계통합정부의 구축이며, 후자는 국가의 존속이다. 우리나라는 적극적 안보를 추구할 만한 영토적 규모에 미치지 못하며, 이에 상응하는 힘을 보유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소극적 안보를 추구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2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압도적 군사력을 보유함으로써, 상대가 전쟁을 감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최소한의 안전보장장치, 즉 동등한 군사력을 보유하면서 우호관계를 통해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일단 재래식 무기에서 우리가 북한을 능가한다. 개수비교로 우리가 북한의 70~80%, 전력지수로 90~110%, 군사비 누계로 300~800% 수준이다. 현대 군사학이 군사비 누계에 무게 중심을 두기 때문에, 우리가 최소 3배~최대 8배 정도 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핵무기에서는 북한이 우위이다.

그러나 우리는 핵균형도 핵우위도 불가능하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은 1996년까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을 체결하고 핵물질 생산금지협상을 즉각 개시하도록 하고 있고, 우리는 1975년 4월23일 86번째로 비준국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핵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먼저 핵장착 탄도미사일의 발사를 사전에 감지해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이다. 감시자산으로 미군의 정찰위성이 있지만, 자료를 선별적으로 제공하는 등 갑질이 심하다. 2019년이 되어야 이를 대체하는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1세트 4기가 도입된다. 타격은 현존하는 사거리 280㎞의 슬램ER와 112㎞의 AGM-142팝아이 미사일로는 부족하다. 2016년까지 사거리 500㎞ 이상인 공대지 순항미사일 타우러스를 전력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재 F-15K에 탑재 가능 여부를 시험 중일 뿐이다. F-15K의 비행에 지장이 있으면 재설계에 들어가야 한다.

다음으로 킬체인에서 살아남은 미사일을 타격하는 방어체계이다. 우리는 2012년 이스라엘로부터 수입한 탐지거리 500㎞의 탄도유도탄 조기경보레이더 2대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현존 무기 중 20~40㎞의 저고도 요격체계인 공군 패트리엇 미사일과 연동이 가능할 뿐이라는 것이다. 미사일의 상승단계, 중간단계, 재진입단계, 하층단계에서 중간단계가 1차 요격지점이다. 따라서 고도 200㎞인 GBI의 지상배치나, 250~500㎞인 SM-3 같은 이지스함 장착 미사일이 우선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단계를 제쳐놓고, 재진입단계에서 필요한 고도 100㎞의 사드 배치만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킬체인과 미사일방어체계를 갖추기까지 북한이 도발할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 그러나 반대로 가고 있다. 대북방송으로 북한의 도발을 유도한다. 2015년 8월 지뢰도발 때 확성기 방송 10일 만에 북한이 포격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북한을 제외한 5자 회담이나 안보리 제재도 도발을 자극하는 행위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같이 북한이 무력시위 수준을 상승시킬 수밖에 없다. 정부가 도발을 유도하고 보복하는 행위를 반복하려 한다. 불안 조성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적국이라는 이유로 안보로 둔갑해 버리기 때문이다.

평화가 가장 강력한 안보이다.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국가의 존속도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보는 단 1%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최소한 동등하거나 최대한 압도적 군사력을 갖출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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