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기본이 뚫렸다

2016.02.01 20:49 입력 2016.02.01 21:15 수정
최희원 |‘해커묵시록’ 작가

세계 최대와 최고를 자랑하던 인천공항이 뚫렸다. 드러난 공항 보안시스템 취약점이 그저 빙산의 일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우려스럽다. 게다가 이번 일로 인천공항의 대외 이미지와 신뢰에 치명적 상처를 입었다.

중국인이 직원통로를 통해 밀입국하고, 베트남인이 출입국심사대 자동문을 강제로 밀어서 밀입국했음에도 아무런 경보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일반 기업의 출입시스템도 이처럼 허술하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국가정보원, 외교부, 경찰청 등 여러 기관이 상주하면서 관리를 맡았다는데, 이 모양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시론] 인천공항, 기본이 뚫렸다

만일 밀입국을 시도한 인물들이 자폭장치를 두른 IS 요원이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IS의 파리 테러를 지켜보면서 우리가 얻은 교훈은 다 어디 갔는가.인천공항은 국경이 사라져가는 시대, 38선을 제외하고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남겨진 국경선이다. 연간 4500만명의 내외국인이 드나드는 국경지대의 보안시스템이 이 정도라면 굳이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이 상태라면 국민의 안전이 제대로 지켜지겠는가.

이란이 핵포기 선언을 하면서 국제사회에 다시 복귀하게 한 스턱스넷 같은 사이버 무기까지 등장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한편으로는 원하는 시간에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열고 돈다발이 쏟아지게 할 수 있는 해커들과 살고 있다. 또 컴퓨터의 파일 등을 인질로 잡고 돈을 내라고 요구하는 랜섬웨어를 마주하기도 한다. 해커들은 부정맥 환자들이 이용하는 심장 제세동기 센서를 해킹,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다. 최근에는 자료 손상, 블루투스 전송, 정보 탈취, 시설 공격 등 이란 핵시스템을 교란시킨 스턱스넷보다 진일보한 강력한 사이버 무기도 개발됐다.

이번 인천공항 사건으로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우리 보안시스템의 허술함과 현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2중 3중 보안이 필요한 마당에 가장 기본적인 보안도 갖추지 못한 채 뚫렸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선거 출마를 이유로 임기 중 사퇴하는 사장들이 조직에 기강해이를 불러왔을지도 모른다. 이번 사태는 그저 몇 명의 외국인들이 자동문이나 직원통로로 몰래 통과한 가벼운 사건이 아니다. 국가의 관문이 뚫린 심각한 보안 문제다. 방심하면 뚫린다. 정부 당국은 국가의 기본적인 보안체계부터 꼼꼼히 살펴보고 점검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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