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향욱의 착각, 미국 경찰의 착각

2016.07.20 20:56 입력 2016.07.20 21:09 수정
김광기 경북대 교수·사회학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망언으로 필자를 포함한 99%의 개돼지들의 심기가 몹시도 불편하다.

[시론]나향욱의 착각, 미국 경찰의 착각

그러나 그의 망언엔 우리나라 언론사들조차 짚어내지 못한 것을 간파해낸 현실인식이 하나 있다. 바로 미국에서 신분제가 공고히 되고 있다는 현실인식이다. 그는 “미국과 같이 우리나라도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그의 언명이 부분적으로 맞았다고 해서 그의 주장 전체가 합당한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건국 초기부터 영국과 달리 신분제를 허용하지 않는 평등사회 구현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돈의 논리가 개입되면 어김없이 따로 놀게 되는데 미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주는 흑인 노동력은 자본가들에겐 노다지였으니 노예제가 스스럼없이 자행됐다.

물론 현재 노예제는 폐지된 상태다. 게다가 흑인 대통령이 나올 정도가 됐으니 얼핏 인종으로 인한 신분제는 완전히 사라진 것같이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아직도 미국에선 흑백 간의 차이는 명백히 신분의 차이다. 흑백 간 신분제가 여전히 존재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다른 사안까지 가미돼 더욱더 공고화되고 있다. 그 사안은 바로 부의 양극화다. 그래서 부의 양극화 문제까지 고려해 보면, 작금에 미국에서 공고화되고 있는 신분제는 단순한 인종문제를 넘어선다. 왜냐하면 그것은 경제적으로 불우한 처지에 놓인 백인들 대다수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신분제의 모습은 국민경제의 대부분을 이끌어가는 소비부문에서 확연하다. 금융위기 이후 소득과 부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고, 기업들은 철저하게 양극화된 소비자 계층을 타깃으로 해서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 기업들은 상위 1%만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발 빠르게 시행하고 있다. 1%를 위한 서비스는 99%의 입장에선 엄청난 특권이다. 예를 들면 로스앤젤레스공항은 우리 돈 200만원을 내면 번거롭고 지루한 보안수속을 단숨에 건너뛸 수 있다. 국민 절반 이상이 단돈 40만원의 비상용 실탄이 없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서비스는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확실히 1%를 위한 서비스다.

소비의 양극화하에서 1%에게 특권을 부여하는 것을 가리켜 ‘벨벳로프 경제’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물론 벨벳로프(초대된 자만 입장할 수 있게 쳐 놓은 줄)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자들은 개돼지나 마찬가지로 저질의 서비스를, 아니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신분제 사회의 전형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불법 CD를 팔다가(앨턴 스털링), 아니면 가치담배를 팔다가(에릭 가너) 잡혀서 경찰에게 제압당해도, 총을 쏴서 혹은 목 졸라 죽여도 아무렇지도 않은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것은 정당한 법집행이 결코 아니고 그냥 과거 주인이 자신의 노예를 마음대로 죽여도 되는 그런 처형과 비슷하다. 그래서 경찰이야말로 그 위 최상위 계층의 충실한 집사와 같을 뿐이다. 그래서 이런 극악무도한 범죄를 단순히 인종갈등 차원에서 보는 것은 핵심을 잘못 짚은 것이다.

개돼지는 사고능력이 없어서 주인 밥상에서 부스러기만 떨어지면 만사 오케이다. 그래서 자신의 권리 주장을 못한다. 그러나 계속해서 이런 경찰에 의한 잔악무도한 일이 벌어지면 미국인들은 본질상 개돼지가 아닌 사람이기에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저항하게 될 것이다. 해서 그런 피의 분노는 어쩌면 내전상태로 확전될 수도 있다. 어쩌면 대선조차 정상적으로 치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개돼지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미국이다.

나향욱은 자신이 1%에 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1%는 “어디서 감히 공무원 나부랭이가!”하고 비웃을 테니까 말이다. 그도 고작 무고한 흑인에게 총격을 가해 죽인 완장 찬 백인 경찰 정도밖에 안되는 99% 속하는 개돼지이다. 하긴 착각은 자유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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