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서해안 폭설

2008.01.01 17:30

호남지방에 나흘째 큰 눈이 내렸다. 눈 속에서 해가 바뀌었다. 전북 부안은 대설 경보가 내려졌다. 따져보니 호남 서해안 지역에는 해마다 폭설이 내리고 있다. 올해도 다른 지방은 새해 햇살이 찬란한데 서해안 인근지역에는 사정없이 눈이 퍼붓고 있다. 기상청은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아서 그렇단다. 그렇다면 왜 서해안만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는 것일까.

[여적]서해안 폭설

2005년 연말에도 정읍, 부안, 김제, 고창 일원에 보름 동안 엄청난 눈이 쏟아졌다. 길은 끊기고 쌓인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나뭇가지가 부러졌다. 헛간이 무너지고 시설하우스가 주저앉았다. 사람들은 눈 폭탄이라고 했다. 마을 어른들은 이런 눈은 생전 처음이라고 했다. 치울 사람도 없이, 속절없이 눈을 맞고 있는 시골마을 풍경은 바라볼수록 시렸다.

왜 서해안지방에는 눈이 많이 올까. 일부 사람들은 이제 죽어 널브러진 새만금 갯벌을 쳐다본다.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진행되면서 날씨가 사나워졌다는 것이다. 특히 2005년 연말에 내린 눈은 예사롭지 않았다. 이듬해 봄 새만금 물막이 공사가 끝났기 때문이다. 새만금 방조제 공사로 조류가 급변, 서해안 일대의 생태계 질서가 뒤죽박죽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예로 지난 해 봄 고창, 군산, 영광 해안가를 덮친 ‘해일성 파도’를 들이대기도 한다. 갑자기 벼락처럼 들이친 해일성 파도는 선박 수 백 척을 삼키고 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평온한 봄날의 해일, 그 이유를 지금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바다가 변했다는 것이다.

강릉 등 영동지방에는 해마다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상습 수해를 입은 사람들은 새로 난 고속도로를 쳐다본다. 근래 몇 년간 새 길을 낸다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터널을 뚫었기 때문이다. 이 터널들이 기존 자연의 흐름을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물론 과학적 검증을 거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아니, 우리 시대에는 이런 천기의 변화를 판독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동 북부지방의 여름 폭우, 호남 서해안지방의 겨울 폭설은 현실이다. 그래서 파헤치고, 막고, 밀기 전에 한번쯤 ‘서해안 폭설’을 따져보자는 것이다. 경향신문 새해 주제처럼 질주하는 한국에 브레이크를 걸고 ‘생태와 평화’를 살필 때가 되었다.

〈김택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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