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유사보도

2014.01.01 20:44
신동호 논설위원

<김현정의 뉴스쇼>(CBS), <박경수의 아침저널>(BBS), <뉴스와 세상>(PBC), <뉴스타파>(RTV), <오미영의 시사전망대>(TBS)…. 이들 방송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해당 방송사의 간판급 시사 프로그램으로서 비판 기능을 띠고 있다는 점일 터이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의 대답은 다르다. ‘유사보도 프로그램’이다. 이들을 비롯한 다수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종합유선방송(SO) 지역채널에서 법을 위반해 정치·경제·사회 등 각 부문의 갈등 상황을 보도·논평하면서 특히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방송했다는 게 지난달 30일 방통위의 발표다.

유사보도라는 말은 보도 프로그램의 제작·방영이 정부 허가사항이어서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듣기가 너무 거북하다. 방통위는 보도 전문 PP가 아니면 뉴스 방송을 할 수 없고, SO 지역채널이 지역정보 이외의 보도를 할 수 없다는 방송 관련 법령을 들고 있다. 유사(類似)라는 말에는 비슷한 것 같지만 불법·가짜라는 뜻이 담겨 있다. 유사종교, 유사상표, 유사휘발유, 유사과학, 유사성행위 등처럼 그 용례가 고약하기 이를 데 없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뉴스타파>에 이르기까지 많은 애청자를 갖고 있는 프로그램이 그런 식으로 불릴 수 있다는 것은 더욱 그렇다.

제도적으로 ‘유사’라는 말은 종교에서 처음 등장한다. 1915년 조선총독부가 발표한 포교규칙에서 일본의 신도(神道)와 불교·기독교만 종교로 인정하고 나머지를 종교유사단체로 규정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천도교·대종교 등의 민족운동을 탄압하려는 일제의 의도가 엿보이는 조치였다. 실제로 일제는 이들 ‘유사종교’에 대해서는 학무국 종교과가 아닌 경무국 관할에 두고 감시를 강화했다.

방통위가 어수선한 연말에 느닷없이 유사보도 문제를 제기한 의도가 궁금하다. “법과 현실의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게 방통위의 변이지만 언론과 누리꾼은 의심의 눈초리를 곧추세우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언론의 비판 기능에 어떻게든 족쇄를 채워보려는 꼼수”라며 “유사정권이 유사보도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비꼬았다. 누리꾼들도 1980년 CBS의 뉴스 보도 기능을 말살한 ‘전두환 망령’의 부활이라며 더 큰 문제는 이들보다 종일 ‘종북몰이’에 몰두하는 일부 종편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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