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깡통주택

2021.08.18 20:34 입력 2021.08.18 20:35 수정

서울 신축 빌라의 4분의 1 이상이 전세가율 90%를 웃돌아 향후 집값이 하락할 때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영등포역 인근 공공주택 복합개발 후보지인 연립·다세대주택 밀집지역. 연합뉴스

서울 신축 빌라의 4분의 1 이상이 전세가율 90%를 웃돌아 향후 집값이 하락할 때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영등포역 인근 공공주택 복합개발 후보지인 연립·다세대주택 밀집지역. 연합뉴스

코스피지수가 8거래일 연속 하락한 지난 17일 신용융자잔액이 25조4712억원까지 치솟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주가가 하락하자 곧 반등할 것으로 기대해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가 급증한 것이다. 주식 반대매매 규모는 평소보다 100억원가량 급증해 이틀 연속 320억원 안팎이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했다가 주가 하락으로 갚지 못해 주식을 강제로 매각당한 반대매매가 속출했다. 일반적으로 주식평가액이 빌린 금액의 140% 밑으로 떨어지면 담보부족계좌가 돼 반대매매 대상이다. 주가가 더 하락해 100% 미만이면 한 푼도 건질 수 없는 깡통계좌가 된다. 내 돈으로만 투자했더라면 주가가 떨어져도 상장폐지만 안 되면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빚투는 내 투자금까지 몽땅 날려버릴 위험이 있다.

거지가 깡통을 차고 길거리에서 빌어먹던 시절이 있었다.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예금이나 주식 계좌를 깡통에 비유하는 유래이다. 머리가 텅 빈 사람을 비하할 때도 이 말을 동원한다. 또 기본옵션 외에 추가옵션을 전혀 적용하지 않은 최하위 등급의 최저가 차량을 일컫기도 한다.

깡통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것은 전세보증금이 매매가격과 비슷한 수준에 이른 깡통주택이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 자료를 보면 서울지역 신축 빌라의 올해 상반기 전세거래 중 4분의 1 이상이 전세가율 90%를 웃도는 깡통주택이었다. 특히 강서구에서는 10가구 중 8가구가 이에 해당됐다. 집값이 하락할 때 깡통주택 세입자는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공산이 크다. 빌라는 거래도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 집주인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 은행이 먼저 경매대금을 챙기고 나면 세입자는 전세금의 일부만 받게 될 소지도 있다.

수년간의 저금리는 시중에 유동성을 풍부하게 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유도했다. 그런데 최근 물가 상승과 가계빚 급증 등을 감안하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오는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상을 논의한다. 금리를 올린 뒤 집값이 급락하는 상황은 최악이다. 깡통주택 매매가격이 대출금 수준까지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집주인과 세입자는 물론 금융권 부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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