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코이의 꿈

2023.06.15 20:40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 김 의원 옆은 안내견 조이. 연합뉴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 김 의원 옆은 안내견 조이. 연합뉴스

비단잉어는 관상용으로 개량된 잉어다. 영어로 ‘코이(koi)’다. 코이는 서식 환경에 따라 몸집이 달라진다. 어항에서 다 자라면 8㎝ 정도, 수족관에선 15㎝ 정도이지만, 큰 강에선 1m가 넘는다고 한다. 이런 특성은 사람도 살아가는 환경과 여건에 따라 능력과 성장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얘기로 비유된다. 우리는 혼자만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갈 순 없다. 생활·교육·자연환경뿐 아니라 제도적 환경이 달라지면 삶의 방식도 달라진다. 각자가 처한 환경은 현재와 미래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점자를 손으로 짚어가며 정부에 실효성 있는 장애인 정책을 당부했다. 그는 지난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 현장을 찾아 힘을 보탠 소신 있는 행동파이기도 하다. 김 의원은 코이 이야기를 꺼내며 26분간의 대정부질문을 마무리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기회와 가능성, 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어항과 수족관이 있습니다. 이러한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국민이 기회의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강물이 되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여야 의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사람들의 세상 사는 방식은 같지 않다. 환경에 순응해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그 환경을 바꾸려는 사람이 있다. 꿈은 꾸는 자의 것이고, 생각하는 크기만큼 자랄 수 있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꿈이 커도, 그 꿈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운 이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 주요 8개국(G8)이 목전에 있다고 하는 한국의 장애인·성소수자·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이 그러하다. 이들의 삶은 사회적 틀에 매여 있다. 어항이나 수족관에 머물러 있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게다가 그들의 능력과 꿈을 어항 속에 가둬둘 수는 없다. 모든 국민들이 더 큰 물에서 뛰고 놀 수 있도록, 잠재된 가능성을 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 아닐까. 어쩌면 어항 속에 갇혀 있는 것은 정부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국가가 어떤 꿈을 꾸느냐에 따라 사회도, 국민의 삶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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