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국회의원’이라는 방탄조끼

2024.03.19 18:14 입력 2024.03.19 21:29 수정

4·10 총선에서도 기자, 외교관, 검사 등 현직에 있다가 주요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로 직행한 사례가 많다. 모든 길은 여의도로 통한다고 해야 할 건가. 그들은 하나같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말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국회의원이 되어야만 할 수 있는 일도 있을 것이다. 지금 국회가 그렇게 하고 있는지를 떠나서 말이다.

이러한 정치 입문자 대부분은 직업에서 얻는 보상도 적지 않고, 그 일을 제대로 하기만 해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에 손색이 없는 이들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개인적 동기를 배제하기 어렵다고 본다.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한 것이든, 복수심에서 비롯된 것이든 말이다. 누구나 정치인 욕을 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국회의원의 사회적 지위를 높게 본다. 한 연구기관의 국가별 직업 인식 조사에서 한국인들은 유독 그런 인식을 보였다. 그럼에도 의문이 다 풀리지는 않는다. 왜 그렇게들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지.

다른 직업이 제공해줄 수 없는 국회의원의 매력에는 보통 시민들에 비해 쉽게 체포되지 않도록 헌법이 보장한다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면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되지 않고, 회기 전에 체포됐더라도 회기 중 국회 요구가 있으면 석방된다. 21대 국회에서도 그런 헌법 조항에 충실했던 사례가 여럿 있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 유진우씨는 19일 서울지하철 혜화역에서 시위를 하면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그는 지난해 7월과 올 1월 전장연의 출근길 선전전 도중 철도안전법 위반 등으로 체포됐지만, 이날은 체포되지 않은 것이다. 중증 뇌병변장애로 목사의 꿈을 접은 그는 자신이 이번 총선의 노동당 비례대표 2번으로 확정됐다고 알리며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 쫓겨남이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국회의원 후보가 된 것이 방탄조끼로 작용한 것일까. 현직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입이 틀어막혀 끌려나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시위하다가 체포되지 않을 정도만의 방탄이라도 희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큰 꿈들을 안고 나선 제현들에게, 국회의원의 방탄조끼가 쓰여야 할 곳이 어디인지 잊지 말길 당부한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지난해 7월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시위를 하다가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김세훈 기자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지난해 7월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시위를 하다가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김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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