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드라마 연장 거절할 줄 알아야” 쓴소리

2006.11.01 21:31

‘연기자의 대부’ 이순재씨(71)가 갈수록 가벼워지는 연예계에 쓴소리를 던졌다.

1일 오후 MBC 새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제작 발표회에서 만난 이씨는 드라마의 고무줄 편성과 기본기 없이 스타흉내만 내는 후배 연기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드라마 편성에 대해 “방송사가 상업성만을 생각하다 보니 드라마를 늘였다 줄였다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편성은 시청자와의 약속”이라면서 “시청자가 연장을 원하거나 작품의 발전 가능성이 보이는 경우가 아니라면 작가도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지적은 드라마 ‘주몽’의 연장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이씨는 이러한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사전제작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전제작하지 않고 촬영을 하면서 방영하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예정된 분량에 맞춰 시간을 갖고 만들어야 작품성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와 인기만을 좇는 젊은 배우들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배우는 상업성과 함께 예술성도 추구해야 하는데 한 번 떠서 광고나 찍을까 하는 생각으로 오는 이들도 있다”고 지적하고, “요즘은 대사만 외우면 누구든지 배우하는 시대인 것 같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더 노력하라고 충고했다가 잔소리한다는 이유로 “이순재가 아버지 (역할)하면 나 안한다”고 했던 연기자도 있었다는 일화도 들려줬다.

그는 또 “기본기도 안 된 연기자를 배우라고 내보내는 건 시청자들에게 농약도 안 닦은 사과를 내던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이씨는 가수출신 연기자들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토털엔터테인먼트 시대에 장르의 구분은 무의미하고 오히려 권할 만하지만, 가수출신이니까 연기는 좀 못해도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가수의 명성에 기대려는 경우도 있는데 본인보다는 사용자(제작자나 연출가) 측에서 더 그런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하룡이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에 대학로에 가서 1년만 정극을 하라”고 권했다며, “그 뒤 ‘웰컴투 동막골’을 보니 내 충고가 약이 됐더라”며 기꺼워했다. 요즘 신인들이 배역만 바꾸면 연기변신했다고 하는데 그냥 배역을 새로 맡았다고 해야 옳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돈도 좋지만 제작자나 연기자들이나 ‘드라마도 예술’이라는 열정과 희망을 갖고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장은교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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