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연성 실내 마감재 무분별 허용… 고양시 화재도 인재 아닌 관재”

2014.06.01 21:31 입력 2014.06.01 22:14 수정

소방관 31년 경력 김주환씨

1999년 ‘인천라이브2’ 호프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56명이 숨졌다. 당시 서울 양천소방서 화재조사계장이었던 김주환씨(60·사진)는 사고현장을 직접 조사했다. 화재는 건물 지하 노래방에서 발생했다. 노래방 입구는 동굴 형상으로 만들어진 우레탄폼이 도배돼 있었다. 우레탄폼에 붙은 불은 빠르게 번졌다. 1층까지 올라온 불과 유독가스는 나무 계단을 타고 2층 호프집 안으로 퍼졌다.

1999년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와 2008년 ‘이천 냉동 창고 화재’ 때도 불길을 부추기고 다량의 유독가스를 방출한 것은 현장 내부 벽면과 천장을 뒤덮은 스티로폼, 우레탄폼 재질의 가연성 실내 마감재였다.

지난달 26일 발생한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사고도 마찬가지다. 사망자 8명 대부분이 질식으로 숨졌고 부상자 중 다수가 기관지 손상을 호소하고 있다. 이틀 뒤 발생한 장성 요양병원 화재 때도 21명이 유독가스로 질식사했다.

“가연성 실내 마감재 무분별 허용… 고양시 화재도 인재 아닌 관재”

김씨는 “경기 고양시 화재사고 역시 인재가 아닌 관재”라고 말했다. 김씨는 숱한 화재진압 현장을 지휘하며 31년을 보낸 베테랑 소방관이다. 김씨는 사고가 난 뒤 당시 상황과 이후 조치 등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사고 현장으로 갔다.

김씨는 화재사고의 원인을 개인의 실수나 방화시설 오작동으로 국한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김씨는 “ ‘용접공의 작업미숙’ ‘내려오지 않은 방화셔터나 작동하지 않은 스프링클러’에 주목하면 본질적인 문제가 가려진다”며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가연성 실내 마감재가 무분별하게 허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가연성 내장재·단열재가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황에서 화재가 커지고 인명피해가 늘어난다”며 “특히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에선 불에 탈 수 있는 물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의도치 않은 실수나 불운 등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화재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예방”이라며 “화재가 크게 번지지 않고 빨리 진압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럽 등 국가에선 석유화학제품으로 만든 유기 단열재 등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김씨는 “외국에 비해 한국의 현행 건축법은 유기 보온단열재 사용에 관대하다”며 “실내마감재는 불이 확산되는 속도를 늦추고, 화재 자체를 막을 수 있는 불연재를 써야 한다”고 했다.

서울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센터장을 지낸 김씨는 이달에 퇴직한다. 31년 동안 국민의 안전을 지키며 보람을 느낀 김씨였지만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연이은 인명사고를 보면서 수치심과 괴로움을 느꼈다고 했다.

김씨는 “국가의 안전시스템이 이 지경에 이르도록 과연 나는 무엇을 했나 하는 회의가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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