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 교수 “전 세계 원전 감시하는 ‘종교계 연합 국제기구’ 세울 것”

2016.11.17 21:11 입력 2016.11.17 21:24 수정

‘생명·탈핵 실크로드’ 2년간 대장정 나서는 이원영 교수

이원영 교수가 17일 ‘생명·탈핵 실크로드’ 여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구촌 종교계가 손을 잡아 핵발전소가 안전하게 폐기될 때까지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크로드 준비단 제공

이원영 교수가 17일 ‘생명·탈핵 실크로드’ 여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구촌 종교계가 손을 잡아 핵발전소가 안전하게 폐기될 때까지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크로드 준비단 제공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한 직후인 2011년 6월 이원영 수원대 교수(도시부동산학과·59)는 탈핵 현장을 답사하기 위해 독일을 찾았다. 탈핵의 길을 걷고 있는 도시를 방문하던 중 웅장한 성당들이 이 교수의 발길을 잡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바티칸도 나서주면 좋을 텐데….’

독일 답사 후 탈핵에너지교수모임 설립을 주도한 이 교수는 탈핵 운동에 앞장서왔다. 그간 숱한 질문에 답해왔지만 근본적인 해법을 내놓을 수 없는 질문이 있었다. “우리만 탈핵하면 뭐해. 중국에서 터지면 속수무책 아닌가.” 시간이 지나면서 이 교수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17일 만난 이 교수는 그 밑그림을 보여줬다.

“전 세계 446개 핵발전소 가운데 지진이나 테러에 절대적으로 안전한 곳은 없습니다. 유엔은 유명무실했습니다. 환경단체나 시민사회의 힘은 나라마다 균일하지 못하죠. 각국 정부를 간섭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기구가 필요합니다. 종교세력이 답입니다. 지구촌 종교계가 연합해 핵발전소가 안전하게 폐기될 때까지 각국 정부와 핵발전소를 감시하고 통제해야 합니다.”

새 국제기구 설립을 위해 이 교수는 내년 5월3일 부처님 오신 날 순례길에 나선다. 프로젝트명은 ‘생명·탈핵 실크로드’다. 이 교수가 기획했고 준비단 팀장을 맡았다. 2년간 종교계 인사 등 탈핵을 염원하는 이들과 함께 일본과 인도 등을 거쳐 바티칸까지 걸어간다. 바다는 배나 비행기로 건넌다. 도보 길만 1만1000㎞에 달한다. 2019년 4월21일 부활절에 돌아오는 여정이다. 순례 중 만나는 세계인들과 함께 생명의 존엄성과 탈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원전 사고로 생을 마감한 이들을 애도하고 생명파괴 현장에서 종교의식도 가질 계획이다.

순례길의 방점은 종교 지도자들과의 만남에 있다. 이 교수를 포함한 순례단은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에서 달라이 라마를, 바티칸에 가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날 뿐만 아니라 이슬람 국가의 종교 지도자와도 접촉할 예정이다. 이들에게 탈핵의 당위성을 전하고 탈핵 국제기구 설립에 동참할 것을 요청한다는 복안이다. 이 교수는 “예수님을 믿는 이나 부처님을 따르는 사람들 모두에게 핵발전소의 위험과 생명존중의 가치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불교신자이기도 한 이 교수에게 종교란 뭘까. “종교의 본질적 기능은 어디까지나 민중의 염원을 담는 그릇입니다. 특히 생명과 안전 문제에 관해서는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고 가장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로선 종교계가 중심이 된 국제기구 설립 가능성에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이를 염두에 두고 순례 준비단은 ‘세계생명헌장’을 만들고 있다. 원전은 생명과 양립할 수 없다는 원칙을 천명하는 헌장이다. 내년 4월 서울에서 헌장 관련 국제회의를 한 뒤 순례길에 나서는 날 공식 선포한다. 순례길에 만날 각국 종교 지도자들에게 헌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어찌 보면 이번 프로젝트는 이 교수의 ‘직장 공백기’ 덕에 가능해졌다. 이 교수는 수원대 사학비리와 관련해 총장과 학교법인을 비판하다 파면된 교수들 중 한 명이다. 학교 복귀가 늦어지면서 이 교수는 3년 전부터 “탈핵”을 외치며 1500㎞를 걸어왔다. 그러던 중 프로젝트의 얼개가 만들어졌다. 대법원에서 파면이 무효라고 판결났지만 학교 측의 재임용 거부로 또다시 장기간 공백기가 생기게 됐다. 이 교수는 “‘그래, 바티칸까지 걸어가자. 걸어갈 수 있는 모든 나라를 가면서 방문하는 나라마다 종교 지도자를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자’라고 생각했다”며 “특히 종교계에 몸담고 있는 분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뜻을 함께할 ‘실크로드 100인 위원회’를 꾸리고 있는 이 교수는 현재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earthlifesilkroad)에서 프로젝트를 알리고 있다. 향후 국내외 참여 희망자들과 소통하고 실시간으로 이동 상황을 보여줄 국·영문 홈페이지를 별도로 개설할 예정이다. 생명·탈핵 실크로드 준비단은 오는 21일 오후 2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식 출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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