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의석 안갯속’ 신청만 봇물

2004.03.01 18:44

한나라당 등 각 당의 지역구 공천 심사작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비례대표 신청과 심사작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비례대표 숫자가 각 당간에 이해가 엇갈려 확정되지 않은 데다, 비례대표를 희망하는 신청자가 엄청나게 몰리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선거구 획정에 따라 신설되는 지역구를 중심으로 3일까지 추가 공모를 한 뒤 지역구 심사를 완료하고 비례대표 심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4차에 걸친 공모에서 250여명이 비례대표 후보로 신청했다. 의료계 인사들이 대거 신청한 것이 눈길을 끈다. ‘신바람 건강학’의 황수관 박사를 비롯해 윤방부 연세대 의대 교수, 신영수 서울대 의대 교수 등이 공천경쟁에 뛰어들었다.

한나라당은 비례대표로 신청한 후보라도 지역구 경쟁력이 있으면 지역구로 돌리거나, 지역구에 신청했다가 아깝게 탈락한 신인은 비례대표로 돌리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실제로 비례대표로 신청했던 이혜훈 연세대 교수는 ‘여성 전략공천’의 일환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공천을 받았다.

한나라당은 비례대표는 전원 신인으로 교체한다는 방침이며, 특히 ‘전국구 1번’의 여성 후보로 상징적인 인물을 내세우기 위해 고심중이다. 당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중인 나경원 변호사와 이계경 전 여성신문 사장을 비롯해 서동만 전 국정원 기조실장의 누나인 서은경씨, 송영선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대 이온죽 교수 등이 전국구 앞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외부인사 중 상당수가 비례대표에 거론되고 있어 심사의 불공정성 시비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소설가 이문열씨와 이화여대 강혜련 교수는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안강민 전 대검 공안부장, 이화여대 김석준 교수 등 다른 위원들은 비례대표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이주영기자 young78@kyunghyang.com〉

◆ 민주당

민주당은 3일 총선 선거대책위가 출범하는 대로 비례대표 후보 선정작업에 본격 착수한다. 실무작업은 당내외 인사 30인 안팎으로 구성되는 ‘비례대표 선정위원회’가 맡는다. 선정위원회는 비례대표 신청자 및 영입·추천 인사들을 대상으로 심사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당 관계자는 1일 “후보자 중 1차로 100명 정도를 추려 적격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선정위원간 의견이 엇갈릴 경우 최종 단계에서 투표를 통해 결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고민은 자천·타천 후보자는 많지만 눈에 띄는 거물급 인사는 드물다는 데 있다. 일단 민주당이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으로 꼽는 14번 이내에는 이미 영입된 인사들이 배치될 전망이다. 홀수 순번을 차지할 여성 후보로는 ‘여성 총경 1호’인 김강자 전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과 청소년보호위원장 출신 이승희 대변인이 유력하다. ‘직업관료 출신 첫 여성 차관’인 김송자 전 노동부 차관과 박문숙 한국여성농민연구소 부이사장도 거명된다.

짝수 순번에 배치될 남성으로는 김성재 총선기획단장과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한 김홍일 전 의원이 상위권에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 역시 지역구를 포기한 장재식 상임중앙위원과 박강수 대전시지부장(전 배재대 총장)도 배려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10번 배치’를 약속한 네티즌 비례대표 경선에도 59명이 입후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민아기자〉

◆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신청 마감 결과 224명이 몰린 열린우리당의 고민은 순번 선정이다. 당헌·당규상 외부인사 절반을 포함, 220여명에 가까운 ‘비례대표 순위확정위’에서 순번을 결정토록 한 까닭이다. 공천권을 아래로 돌려준다는 취지이지만 자칫 인기투표로 흐를 가능성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김한길 총선기획단장은 1일 “당헌·당규에는 투표라고 정해져 있지 않고 어떤 절차로 할지는 순위확정위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원칙론을 되풀이했다. 우리당의 고민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일단 열린우리당은 3일 30명으로 구성된 ‘비례대표선정위원회’ 첫 전체회의를 열고 본격 논의에 들어간다. 홀수번에 공천될 여성 후보로는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과 이경숙 상임고문, 박영선 대변인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최초의 여성 장군인 양승숙씨도 유력후보 중 한명이지만 아직 지역구(충남 논산·금산)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밖에 지역구를 이철 전 의원에게 양보한 시인 노혜경씨, 김현미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도 상위순번 후보로 거론된다.

경쟁이 치열한 남성 비례대표로는 박명광 상임고문, 김혁규 상임중앙위원과 김호진 전 노사정위원장, 박찬석 전 경북대 총장 등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또 창당 공신인 박양수 사무처장과 정덕구 산자, 박호군 과기 등 전직 장관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청년 몫 비례대표 남녀 2명을 네티즌 투표로 결정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김광호기자 lubof@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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