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거짓말 논란 진영아 위원 사퇴… 한나라당 공천위 시작 전부터 삐걱

2012.02.01 22:21 입력 2012.02.02 00:21 수정

한나라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에 외부인사 몫으로 인선된 진영아 위원(46)이 1일 경력·거짓말 논란으로 낙마했다. 또 다른 공천위원들을 둘러싼 소문도 불거져 나와 “제2, 제3의 진영아가 나올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인적 쇄신을 주도해야 할 공천위가 시작 전부터 힘과 명분을 잃고 큰 상처를 입었다. 보안을 앞세워 검증이 미흡했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60)의 인사 스타일도 도마에 오르게 됐다.

학교폭력 추방단체 ‘패트롤맘’ 회장인 진 위원은 당초 ‘평범한 주부의 감동 스토리’로 포장됐으나 정치활동 전력이 확인됐다.

그는 18대 총선 때 비례대표 신청을 위해 입당했고 2009년에는 당 중앙위 산하 산업자원분과에 소속돼 활동하면서 중앙위 총간사까지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외곽조직이던 ‘한국의 힘’ 후신인 ‘국민성공실천연합’ 대변인을 지냈다.

경력·거짓말 논란 진영아 위원 사퇴… 한나라당 공천위 시작 전부터 삐걱

거짓 해명 논란에도 휩싸였다. 그는 “당적을 보유했던 사실이 없고 당원이 아니다”라고 했다가 “18대 국회 비례대표 후보로 신청한 적이 있는데 그때 당원이 돼야 한다고 해서 당원을 한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또 한나라당은 애초 진 위원의 학력을 ‘고려대 행정학 학사’로 발표했으나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졸업’으로 고쳤다.

그는 “사실과 다르게 알려져서 억울한 점도 있으나 당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자진 사퇴키로 했다”는 뜻을 한나라당에 전했다.

다른 공천위원들을 둘러싼 좋지 못한 소문도 불거지고 있다. 한 공천위원은 과거 속했던 조직에서 돈 문제, 직원들과의 불화 문제 등으로 수차례 구설수에 휘말렸으며, 결국 임기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조직을 떠났다는 말이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비리뿐 아니라 불미스러운 일로 좋은 결말을 맺지 못한 사람”이라며 “제대로 살아오지도 못한 사람이 남을 심사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공천위원도 야당 비례대표를 신청하는 등 여야를 넘나들며 정치활동에 개입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당의 타격은 크다. 몇몇 공천위원 자격 논란이 증폭할 경우 진 위원 자리를 공석으로 둔 채 공천위를 가동하려 했던 당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결국 공천위를 재구성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설사 해체를 면하더라도 공천 칼끝은 무뎌질 수밖에 없다. 공천위원들의 자격 시비는 향후 공천 결과 논란과 갈등으로도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비대위’의 쇄신노력도 지지부진해지게 됐다.

박 위원장 인사 스타일을 두고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나친 철통보안 인사가 부실검증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공천위 구성에 앞서 위원 이름이 밖으로 새나가는 것은 막았지만, 당 자체 검증도 부실했고 언론 검증도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문제의 공천위원들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친박계 인사들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번 파동이 박 위원장 조언·참모 그룹의 빈약한 ‘인재 풀’과 ‘인사 독점’이 낳은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도대체 누가 이런 형편없는 인물을 추천했는가. 추천한 사람은 자백하고 국민과 당원에게 사과해야 한다”면서 “박 위원장도 밀실 인사를 버리고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비대위원장 주변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 아니겠느냐. 친분을 이유로 인선을 진행했다는 의구심도 든다”고 지적했다.

보수 진영의 ‘협소한 인적 네트워크’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쇄신파 한 의원은 “공천위원을 두고 문제가 이어진다면 정말 심각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용욱·이지선 기자 woody@kyunghyang.com>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